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글검색결과 [티벳] : 6

  1. 2007/08/26 티벳 여행기 6일째 : 2007.08.18.
  2. 2007/08/26 티벳 여행기 5일째 : 2007.08.17.
  3. 2007/08/25 티벳 여행기 4일째 : 2007.08.16.
  4. 2007/08/24 티벳 여행기 3일째 : 2007.08.15.
  5. 2007/08/23 티벳 여행기 2일째 : 2007.08.14.
  6. 2007/08/22 티벳 여행기 1일째 : 2007.08.13.

8월 18일 청장열차

여섯시가 넘자 기차칸이 소란해지기 시작해서 저절로 눈이 떠졌다. 60명이 수용되는 침대칸에 세면실은 세 칸, 화장실은 두 칸이다. 번잡할 수 밖에 없다. 세수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이불을 접고 앉아 음악을 들었다. 어제 사진을 많이 찍었기때문에 카메라 배터리와 핸드폰을 충전했다.(갈아탄 열차에는 콘센트가 없었다. 미리 충전해 두길 잘 했다.)

오늘은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아침은 거르고 오렌지 주스를 마저 비우고, 기차를 갈아탔다. 갈아탄다고 하지만 맞은 편 열차로 이동하는 것 뿐이다. 이제 고산 지대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는지 옮겨 탄 기차에는 산소 공급관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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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탄 기차 역시 구조는 비슷하다. 3단 침대가 나란히 빼곡이 들어선 옆쪽 창으로 작은 테이블과 접이식 의자가 붙어 있는 것이 6인실 침대칸, 혹은 3단침대, 혹은 경와(딱딱한 침대)차의 전형적인 구조다. 중국과 베트남이 같은 기차의 형식을 사용하는 것은 확인했고,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른 구조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다.

먼저 탄 기차보다는 훨씬 청결한 느낌이었지만, 알 수 없다. 이 차도 몇 시간이 지나면 중국인들의 전통에 묻힐 것이다. 조금 정리를 하고 앉아 있으니 밥차가 지나간다. 기차 안에는 여러 가지 수레가 지나간다. 밥차는 밥과 반찬 세 종류를 싣고 가다가 퍼주는 차로, 20위안. 부식류를 파는 차(페트 병에 든 350ml 쥬스가 5위안 정도, 우리 나라 돈으로 650원 가량), 일용품을 파는 차 등이 있다. 가끔 과일을 잘라서 쟁반에 얹어 돌아다니는 승무원도 있었다. 식당차에 가면 좀 다른 메뉴가 있지 않을까 해서 7호칸까지 장정을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새 기차는 이미 쓰레기에 점령당해 있었다. 갈아탄 지 겨우 세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도. 승무원들이 정기적으로 차내를 청소하고 있었지만 청소를 깔끔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다가 이 빠른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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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차에 도착해 보니 18량까지였던가 하는 이 긴 열차에, 식당칸은 한 칸 뿐. 점심시간의 피크여서 모든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잠시 상황을 보고 있자니 뒤에서 온 사람들이 슥슥 식당 안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빌 것 같아 보이는 테이블을 찾아 옆에 섰다. 일 이십분만에 끝날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돌아가자는 J의 말대로 다시 13호차로 돌아왔다.

한참 후 다시 밥차가 다니기 시작해 2개를 주문하려고 보니 반찬 하나가 떨어졌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돌아간 밥차가 다시 오자 반찬이 바뀌어 있었다. 두부가 사라지고 대신 고추종류의 볶음이 더 올라왔다. 1회용 도시락에 밥과 반찬을 담아 주었지만 다 되었는지 접시에다 밥을 퍼 주고 그 위에 반찬을 얹어 준다. 남은 김치를 같이 먹고 어느 정도는 남겼다. 밥의 양이 너무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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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보이는 건 돼지 비계 볶음. 약간 딱딱하긴 하지만 고소하다. 생각보단 덜 느끼한 편. 잔뜩 먹고 나서 앉으니 슬슬 졸려온다. 고산증은 사라졌지만 감기 기운은 계속 남아 있었다. 집에서 들고 온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으며 기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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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배추잎이나 오이 같은 걸로 먹이를 주더니, 침대칸 아래 장에서 꾸벅꾸벅 조는지 얌전히 들어 있는 토끼. 어쩐지 나랑 그렇게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성도에 도착할 때까지는 나도 이 거대한 열차라는 장 안에서 빠져 나갈 수 없이 갇힌 몸이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멈추질 않아서, 이어폰에서 흘러드는 음악을 뚫고 들어온다. 오늘 하루를 더 자면 내일은 성도다. 호텔에 도착하면 샤워부터 해야겠다.

2007/08/26 01:59 2007/08/26 01:59

8월 17일, 청장열차

아침 10시 45분발 청장열차. 48시간동안의 열차 여행. 오늘부터의 이틀간의 일정은 열차 안의 일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티벳의 영토인 라싸와 중국의 영토를 연결하는 방법은 항공과 지프차 외에는 없었다. 항공은 2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에 짧아서 간단한 반면 지프차를 이용하는 방법은 7일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그것은 티벳이 고지대에 위치해서, 수도인 라싸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높은 산들을 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잘 포장된 도로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해발 4000미터 이상의 산들이 군집해 있는 지역인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여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티벳을 정복한 중국 정부는 티벳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한족의 이주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도로의 건설과 동시에 철도 건설이라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2000년, 역사적이라고 할 수 있는 티벳구간과 중국구간을 연결하는 철도가 만들어졌다.

도로를 건설하는 동안 중국의 인부들에게는 산소 마스크가 지급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빠른 속도로 걷는 것만으로 숨이 차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3천미터 고도의 라싸보다도 더 높은 지역이다. 그런 지역에 공사 작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는 짐작하고 남는다. 그래서 수많은 인부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고 하는데- 소문만으로 전해질 뿐 중국에서는 정확한 통계를 발표한 적이 없다고 한다.

라싸와 외부 구간을 연결하는 철도에는 모두 산소 공급관이 달려 있다. 철도칸은 크게 3종류. 4인실 침대칸, 6인실 침대칸, 좌석칸이다. 좌석칸은 6석, 4석이 마주보게 되는(즉 한 줄에 5석이 있다) 구조가 빼곡이 연결되어 있다. 6인실 침대칸은 한 줄에 3단씩 침대칸이 이어져 있는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는 흔히 보는 침대칸 구조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10시 45분 기차를 타려면 9시 45분 정도까지는 도착하라 해서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라싸 역은 라싸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다. 택시로 15분 이상이 걸리는 거리에 내리고 나니 비행기처럼 수화물 조사를 하고는, 기차별로 구별된 대합실로 이동한다. 역에는 사람들이 말 그대로 빽빽이 몰려 있다. 1회에 수송할 수 있는 인원이 6천명에 이른다고 하니,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겠다. 기차표 역시 구하기가 힘들어서, 4인실 침대칸을 확보하기가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6인실 침대칸과 4인실 칸의 가격 차이가 별로 많이 나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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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45분 기차의 전용 대합실. 사람의 수가 빼곡하다. 앉을 자리가 모자라는 건 물론이고 서 있는 것조차 빼곡하다. 이런 상태에서 승차가 시작되자 대합실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전쟁터였다. 공안들은 한 줄로 서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사람들은 아랑곳않고 밀쳐댄다. 여기 저기 밟히고 당겨지는 것은 일상이다. 겨우 그 안을 빠져나오니 기차까지 내려가는 계단에 딸려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고장중. 이삿짐을 방불케하는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통인데도 번쩍번쩍 들고들 내려간다. 승객들만큼은 아니어도 꽤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환송객들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2일간의 긴 여행을 할 사람들을 아쉬운 듯이 배웅한다. 우리도 6인실 침대칸의 자기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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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침대의 머리쪽, 기차의 창쪽에 모두 달려 있는 산소 공급기. 여행기에서는 고무 호수 같은 걸 주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2등칸이어서 그랬는지 고무호수는 받지 못했다. 아마 고도가 높아지면 산소가 공급되는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사실 기차 안에서도 머리가 꽤나 아팠기 때문에 잘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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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출발하고, 티벳의 황량한 자연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높은 산. 실제 4000미터 이상의 산들이 즐비한 티벳에서 햇빛이 따가운 것이나 공기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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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지어진 논과 밭에서 곡식을 제배하는 것을 보면 우리 나라와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데, 깎아 지른 듯한 저 산이 우리 나라와 다르고- 희게 널찍하게 자리잡은 건물이 우리 나라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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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찍이 지열 발전소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햇살이 뜨거운 티벳에서는 지열이 중대한 에너지원이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기 부족 현상이 있기는 해서, 특급 호텔 외에는 간혹 정전 사태까지 일어난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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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는 '청장공로', 티벳의 라싸와 중국 대륙을 연결하는, 고산지대를 넘어 가는 행로를 편하게 기차에 앉아 바라보는 심경은 각별하다. 비록 티벳의 아름다운 하늘은 마침 구름이 잔뜩 끼어 보이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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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산 아래 흐르는 강물은 맑지 않고, 이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되리라는 것도 자연히 떠오르게 된다. 티벳의 바위산에는 나무가 적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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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야크와 가축들이 들판에 모여있다. 사람들이 기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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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닦이고, 철도가 놓였다. 땅에는 푸른 풀이 돋는다. 자연 안에 순응하며 그저 살아가던 티벳에 중국이 가져다 놓은 '서구 문명' 의 이기가 하나씩 하나씩, 중국과 티벳을 연결한다.

중국과 일본, 두 나라를 놓고 보면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라고 생각된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과의 거리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본인 반면 중국은 타인과의 거리라는 것이 아예 없는 듯이 행동한다. 그들은 사람들끼리 부딪히는 것에 무심하고, 앞에 사람이 있으면 어깨를 잡아 치우고 전진한다. 일본인이라면 타인이 앉아 있는 자리 옆에 앉는 것에 동의를 구하겠지만 중국은 아무렇지도 않게 앉는다. 상대방의 발을 밟거나 해도 무심하다. 그 중간 정도에 우리 나라가 있다.

앞 침대에 앉은 청년의 가족인 듯한 아이들 둘이 우리 칸으로 오더니, (이 아이들은 48시간동안 거의 꼬박 이 곳에 있었다.) 편하게 내 옆자리에 앉아선 음식을 권하거나 카드게임을 같이 하자고 청하거나 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는 것도 특이하다. 해바라기 씨를 먹고 난 껍질은 그대로 바닥에 버리거나, 혹은 탁자 위에 그대로 던져 놓는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의 열차는 금연차가 없다. 우리 나라처럼 전체가 금연이거나, 혹은 흡연차와 금연차를 구별하는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에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실내에서 혹은 통로에서, 화장실에서, 세면장에서 담배를 피고, 꽁초는 그대로 바닥에 버린다.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더니 공기가 뿌옇게 흐렸다. 잠들기 전에 한 대를 피고 자려는 사람들이 뿜어낸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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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라서 얼굴 위쪽이 잘렸다. 장족 소녀. 오른쪽 다리만 보이는 것이 오빠인 듯 한 소년.

그나마 이 아이들은 그래도 나름 굉장히 예의 바른 아이들이었다. 내가 밖을 나가려고 하면 알아서 자리를 비켜 주거나,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면 내 자리에 앉아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피해주거나 한다. 나중에는 J와 특히 친해져서 3층의 J 침대 칸까지 올라가서 같이 놀거나, J가 1층으로 내려올 땐 가방을 착 챙겨서 내려주거나 운동화를 잘 정리해주거나 하는 것이었다. 오빠인 듯 보이는 사람이 밥을 먹으려고 하자 밥차에서 밥을 사서는 오빠 앞에 잘 펼치고 젓가락은 꺼내서 착, 앞에 놓아준다. 중국의 어린 아이들이 한자녀 정책으로 인해 너무나 자기 중심적으로 자라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들은 터여서 참 신기하다 싶었는데, 오빠와 대화할 때나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공용어가 아닌 언어를 말했다. 나중에 J에게 들으니 티베탄(장족)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분위기가 달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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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성도와 라싸 사이의 거리는 이천 킬로 정도. 우리 나라의 KTX가 시속 300킬로 정도니 그 정도의 속도라면 7시간에서 8시간이 걸릴 거리다. 하지만 이 열차로는 48시간이 걸린다. 창밖의 풍경이 멋지니 감상하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가기엔 적당한 속도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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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밖 풍경에 정신을 모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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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지대를 지나면서 티벳의 붉은 돌산과 푸른 초원이 시야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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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인 '남쵸 호수'와 발음이 비슷한 '나쵸 호수' 를 먼저 지난다. 다시 눈을 잠깐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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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하늘. 구름. 이 높은 곳에서도 더욱 더 높아만 보이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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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더니 얼마 안되어서 어제 우리가 가려고 했다가 못 갔던 남쵸 호수가 시야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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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랄드 빛 호수물이 햇빛에 반짝였다. 날씨가 더 맑으면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것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 이 풍경만으로도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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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둘러싼 산들은 모두 4500미터를 넘기는 산들이지만, 호수 자체가 고지대다보니 야트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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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쵸 호수 자체가 4000미터보다 높기 때문이다. 평균 해발 4718m. 우리가 괴로워한 라싸보다도 1100m 이상이나 높은 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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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내를 지나면서 고산증이 조금 더 심각해져서 홍경천 차를 하나 꺼내 마셨다. 두통은 조금 나아졌지만 졸음과 구토감은 사라지질 않는다. 어느새 잠이 쏟아져 잠들었다. 고산증과 감기가 겹쳐 일정 내내 졸음이 쏟아졌는데, 그래도 잠을 좀 자고 나면 상태는 조금 나아지곤 했다.
점심 시간을 놓쳐서 식당칸으로 컵라면을 사려고 일어났다. 식당칸은 7호칸, 우리 칸은 13호칸. 식당칸을 가려면 일반 좌석 칸을 지나쳐야 하는데,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침대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차 안에서 쉴새 없이 간식을 먹는 중국 사람들이 바닥에 그대로 쓰레기를 버린 탓에 기차 안은 거대한 쓰레기장이었다. 세면대에는 컵라면을 버려 배수구가 막힌 채 컵라면 국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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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을 5위안에 사가지고 돌아와, 급수구에서 물을 받았다. 차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이다보니 기차마다 뜨거운 물이 공급되는데, 보통 차를 끓이는 용도지만 컵라면을 먹는데도 사용된다.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온 김치를 개봉해서 같이 먹었더니 속이 시원해졌다. 컵라면은 약간 기름기가 많긴 하지만 우리 나라 컵라면과 그렇게 다르지는 않았다. 카레맛 라면이나 다른 맛도 있는 것 같은데 매운 맛 라면이 대체적으로 우리 나라 것과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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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무지 많이 낀다 싶었더니 빗방울이 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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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아직 햇빛이 비치는데, 앞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 거리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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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이곳은 현실이 아닌 듯 몽롱해진다. 식곤증이 더해져 기차 좌석에 기대어 잠들었다. 침대칸이고 좌석칸이고 발 받침대같은 것은 없다. 침대 옆에 간이 테이블과 접이식 의자가 있는 자리가 있지만 역시 간이 의자여서 등은 불편하다. 몇 번이고 위치를 바꾸어 잠들다가 결국 다리를 뻗고 누웠다. 아직 하루가 남았다.

2007/08/26 00:57 2007/08/2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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