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 마치고 수민이가 교무실에 왔다.
수민이는 일본어를 열심히 하는 남학생이다.
작년 1학기 보충수업으로 일주일에 두 번 들어갔던 반에서
수학 공부를 하는 것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조금 의기소침해 있던 학생이었다.
전형적인 문계 학생이라, 성실하고 꼼꼼해도
응용문제를 푸는 건 영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그 반 정규 수업을 하던 수학선생님에게 문제 질문을 하다가
수월성교육의 신봉자인 그 선생님이
수학 재능이 없는 수민이에게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수민이는 많이 상심했었지만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참 예뻐서 몇 번 칭찬을 했더니
어디서 내가 일본어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동지의식이 생겼는지 나와 친해졌다.
잘 이해가 안되는 수학 개념을 들고 질문하러 오거나
혹은 일본어 공부에 대해서 상담을 하거나
혹은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러 수민이는
내가 그 반 수업을 하지 않게 된 2학기 이후에도 종종 내게 왔다.
복도에서 만나면 풀쩍풀쩍 뛰면서 손을 흔들어 반갑게 인사하고
교무실에 다른 용무로 왔다가도 내 눈과 마주치면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갑게 눈을 빛내며 웃고
그렇게 살갑게 굴었다.
토요일 3교시 후, 비가 꽤 내리기 시작한 정오 무렵
수민이는 내 책상 옆에 걸려있던 내 우산을 보고는
"어 이거 내 우산이랑 같은 모양이에요." 했다.
내 우산은 천원샵에서 파는 흔한 핑크색 비닐 우산이다.
"하지만 제 건 흰 색, 하늘색, 흰 색, 하늘색, 돌아가면서 색깔이 달라요."
하며 으쓱, 웃었다.
"그럼 이거보다 예쁘겠네." "네."
올해 12월 있을 J L P T 시험의 응시 때문에 온 길이었다.
1급을 치면 좋을지 2급을 치면 좋을지 고민하길래
모의고사를 구해서 쳐보고 결정을 해보지? 하고
내가 봤던 책들 몇 권을 추천해주고,
수민이는 종소리와 함께 교실로 돌아갔다.
4교시가 마친 후 학생들은 하교하고
나는 잘 풀리지 않은 한 일을 정리하느라 교무실에 있었다.
비가 점점 세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문자가 왔다.
만나기로 한 J로부터의 문자인가 하고 받아보니 수민이.
- 샘 우산 뒤집어졌어요? ㅇㅂㅇ
어라라, 이게 무슨 소리래.
- 으응 내 우산? 아닌데. 왜? 네 우산 뒤집어졌어 ?
우산이 여분이 하나 더 있으니, 뒤집어졌다면 교무실에 와서 빌려가라
그렇게 답을 할 작정이었다. 그리고 수민이의 답문.
- 버스타러 오는데 아까 본 그 우산이 널브러져 있었어요 -_-;;;;
다시 말하지만 내 우산은 천원샵에서 팔고 있는 흔하디 흔한 분홍색 비닐우산.
문득 이 녀석이, 그 우산이 부서진 걸 보고 내 거라고 생각해서 걱정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어 내 우산 멀쩡한데. 흔한 우산이니까 똑같은 건가보네.
그리고 잠시 후 수민이 답문.
- 샘 우산 뒤집어져서, 비 맞고 가시는 거 아닌가 해서요.
뭐라고 답을 할지 몰라서 그저 짧게 보냈다.
- 걱정해줘서 고맙다. 우산 괜찮으니까 안심해라.
수민이 답문.
- 뭘요, 비 많이 오는데 그러는 건 당연하죠.
수민이의 집은 꽤 멀어서, 버스를 타고 한참 가서 또 한참을 걸어야 한다.
폭우가 오는 데, 부서진 우산을 보고 날 걱정해 준 수민이가 이뻤다.
나는 비가 오는데 조심해서 들어가라고, 주말 잘 보내라고,
흔하디 흔한 답문을 보내고 창 밖을 보았다.
심하게 비가 내렸다. 천원짜리 우산이 갑자기 무척이나 값진 고급 우산으로 보였다.
누가 뭐래도 나는, 이런 우리 아이들이 좋다.
수민이는 일본어를 열심히 하는 남학생이다.
작년 1학기 보충수업으로 일주일에 두 번 들어갔던 반에서
수학 공부를 하는 것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조금 의기소침해 있던 학생이었다.
전형적인 문계 학생이라, 성실하고 꼼꼼해도
응용문제를 푸는 건 영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그 반 정규 수업을 하던 수학선생님에게 문제 질문을 하다가
수월성교육의 신봉자인 그 선생님이
수학 재능이 없는 수민이에게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수민이는 많이 상심했었지만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참 예뻐서 몇 번 칭찬을 했더니
어디서 내가 일본어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동지의식이 생겼는지 나와 친해졌다.
잘 이해가 안되는 수학 개념을 들고 질문하러 오거나
혹은 일본어 공부에 대해서 상담을 하거나
혹은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러 수민이는
내가 그 반 수업을 하지 않게 된 2학기 이후에도 종종 내게 왔다.
복도에서 만나면 풀쩍풀쩍 뛰면서 손을 흔들어 반갑게 인사하고
교무실에 다른 용무로 왔다가도 내 눈과 마주치면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갑게 눈을 빛내며 웃고
그렇게 살갑게 굴었다.
토요일 3교시 후, 비가 꽤 내리기 시작한 정오 무렵
수민이는 내 책상 옆에 걸려있던 내 우산을 보고는
"어 이거 내 우산이랑 같은 모양이에요." 했다.
내 우산은 천원샵에서 파는 흔한 핑크색 비닐 우산이다.
"하지만 제 건 흰 색, 하늘색, 흰 색, 하늘색, 돌아가면서 색깔이 달라요."
하며 으쓱, 웃었다.
"그럼 이거보다 예쁘겠네." "네."
올해 12월 있을 J L P T 시험의 응시 때문에 온 길이었다.
1급을 치면 좋을지 2급을 치면 좋을지 고민하길래
모의고사를 구해서 쳐보고 결정을 해보지? 하고
내가 봤던 책들 몇 권을 추천해주고,
수민이는 종소리와 함께 교실로 돌아갔다.
4교시가 마친 후 학생들은 하교하고
나는 잘 풀리지 않은 한 일을 정리하느라 교무실에 있었다.
비가 점점 세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문자가 왔다.
만나기로 한 J로부터의 문자인가 하고 받아보니 수민이.
- 샘 우산 뒤집어졌어요? ㅇㅂㅇ
어라라, 이게 무슨 소리래.
- 으응 내 우산? 아닌데. 왜? 네 우산 뒤집어졌어 ?
우산이 여분이 하나 더 있으니, 뒤집어졌다면 교무실에 와서 빌려가라
그렇게 답을 할 작정이었다. 그리고 수민이의 답문.
- 버스타러 오는데 아까 본 그 우산이 널브러져 있었어요 -_-;;;;
다시 말하지만 내 우산은 천원샵에서 팔고 있는 흔하디 흔한 분홍색 비닐우산.
문득 이 녀석이, 그 우산이 부서진 걸 보고 내 거라고 생각해서 걱정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어 내 우산 멀쩡한데. 흔한 우산이니까 똑같은 건가보네.
그리고 잠시 후 수민이 답문.
- 샘 우산 뒤집어져서, 비 맞고 가시는 거 아닌가 해서요.
뭐라고 답을 할지 몰라서 그저 짧게 보냈다.
- 걱정해줘서 고맙다. 우산 괜찮으니까 안심해라.
수민이 답문.
- 뭘요, 비 많이 오는데 그러는 건 당연하죠.
수민이의 집은 꽤 멀어서, 버스를 타고 한참 가서 또 한참을 걸어야 한다.
폭우가 오는 데, 부서진 우산을 보고 날 걱정해 준 수민이가 이뻤다.
나는 비가 오는데 조심해서 들어가라고, 주말 잘 보내라고,
흔하디 흔한 답문을 보내고 창 밖을 보았다.
심하게 비가 내렸다. 천원짜리 우산이 갑자기 무척이나 값진 고급 우산으로 보였다.
누가 뭐래도 나는, 이런 우리 아이들이 좋다.

Comments
이뻐라...;ㅂ;
이쁘지이이 >ㅁ<;;; (팔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