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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그간 생활 요약

2007/11/11 14:14
사진이 많아서..., 엑스박스 뜨지 않을라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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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토요일에는 교원연수생팀 7명과 작년 선배 한분이 같이 로보쇼를 갔습니다. 로보쇼는 아키하바라에서 열렸는데요. 마치고 나서 우에노 시장이랑 교엔을 들렀다가 왔습니다. 로봇 강아지. 쓰다듬어 주면 얼굴을 붉히거나 몸을 웅크리거나 하기도 하구요. 등을 쓰다듬으면 꼬리가 흔들거리거나, 어쨌든 실제 강아지의 귀여운 면을 많이 반영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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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쪽에선 로봇축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정교한 동작이 가능하더군요. 넘어지더라도 자력으로 일어나야 하고. 킥과 수비가 모두 가능해야 되니까.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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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았던 KARFE. 여성형이구요.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면 분해하고 이기면 매우 기뻐합니다. 저는 이겨서 형광펜을 받았습니다. '아아, 마케타-. 안타, 쯔요이네.' 라고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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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한국팀 세명이서 파스타를 먹었습니다. 유명한 도쿄역 지하, 미식 거리에서 시킨 봉고레. 일본은 파스타가 대부분 맛있습니다. 특히 모든 가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에서 올리브오일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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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쁘게 한주를 보내고, 27일에는 할로윈 파티/홈스테이가 있었습니다. 요코하마 근처의 베드타운에 있는 한 초등학교 강당을 빌려 할로윈 파티를 했는데요. 호박을 파서 등을 만드는 것도 하고, 아이들의 코스프레를 심사하는 시간도 있었어요. 한국팀 세명중에 두 명이 한복을 입고 갔는데, 아주머니들이 색동 저고리를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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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테이에 묵게 된 집은 그 구의 위원님의 집. 일본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집으로 저런 식으로 다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외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외아들은 홈스테이를 올 우리들을 의식했는지 이날은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숯을 넣은 화로에 저렇게 물을 끓이고ㅡ 그 물로 말차를 만듭니다. 세 집이 함께 저녁식사를 했는데, 오지랍 넓은 애국주의자 할아버지가 주인이 집을 비운사이에 한 말이, 이런 집을 지으려면 오천만엔 이상이 든다고 하네요. 그나마 외곽이어서 그렇고, 동경 시내라면 일억엔도 넘게 들 거라고.

그래서 다도에 조예가 깊은 분의 집에 묵은 덕분에 일본 전통 차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이라고 조금 묽게 타 주었는데,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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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으로 외등을 켜고, 잠을 잤습니다. 다다미방 위에 요를 세 겹 깔고, 그 위에 이불도 두 겹... 무척 두툼하게 깔더라구요. 몇 년 전에 오오사카 료칸에서 잤던 때가 살짝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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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묵은 인도네시아의 잇페 양. 24살. 일본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늘어서 일시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6개월간 집중 교육 후에 일본어 교사로 배치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 때의 대상자로, 교사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되는 문부성 교원 연수 장학생으로서는 최연소가 아닐까 싶네요. 대학을 졸업한 독실한 이슬람 신자로, 평소에는 머리카락을 다 가리고 다닙니다만. 무척 미인 아가씨입니다.

다른 집의 홈스테이 파파였던 애국주의자 할아버지와 함께, 다음날은 후지산을 보러 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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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까지 올라 갔습니다. 그 전날 폭우가 왔기 때문에 다음날은 날씨가 무척 맑아서, 후지산이 무척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할아버지는 80대의 노령이었지만 무척 정정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일제시대때 어린시절을 보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여태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극도의 애국주의자에 일본에 대한 자긍심이 굉장한 사람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20세기 초반에 일본으로 건너온 악기가 있는데, 그게 지금 일본의 아악 악기의 일부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궁중악기도 중국에서 우리 나라를 통해 많이 건너갔지요. 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었는데,

"인도네시아도 한국도 중국도 현대전쟁을 통해서 이 악기는 다 사라져 버렸어. 전 세계에 오직 일본만이 이 악기의 전통을 유지하고 지금도 지켜나가고 있지. 일본에선 말야, 현대 전쟁이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거든.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세계적 문화유산히 고스란히 일본에 남아 있는 거야. 다른 나라의 악기와 문화유산을 받아들여 그 형태를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일본의 위대함이지."

"이 악기는 한국에서도 연주된 적이 있는데, 지금은 한국 사람들은 다 잊어버렸어. 일본밖에 연주하지 않아."

(여기서 내가 반박 : 한국에서도 연주하고 있어요. 매일 성문 교대식에서도 사용하고 있고. 대학 등에서도 전공하고 있습니다.)

"아아 그래, 하지만 일본에서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지켜나가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예술이거든."

"전 세계에서 사라져 버린 위대한 문화 유산을 일본만이 지켜나가고 있는게 한 두가지가 아니야. 문화적으로 봤을 때 세계가 일본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안될 부분이지."

등등의 대화를 하느라 매우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싸우지는 않았어요. 조용히 웃으면서 반박하고, 그 할아버지는 또 막무가내로 웃으면서 우기고... 아마 돌아와서 잇페와 내가 흥분했던 것 처럼, 그 할아버지도 우리에 대해서 흥분했을지 모르지요.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한국에서 현대전쟁을 통해서 문화가 사라져 버렸다니, 그 현대전쟁이라는 게 2차 대전, 바로 일본이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침략했던 시기였지 않나요. 예술과 문화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정도의 전쟁을 치러야 했던 상대국은 정작 자국에서는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문화를 지켜나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니요.

그래서 그랬는지 홈스테이에 다녀와서는 좀 많이 아팠습니다. 끙끙 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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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수업이 없는 목요일에는 요코하마역의 세레브 백화점이라는 SOGO에 가 봤었답니다. 좋아하는 무인양품과 LOFT, 기노쿠니야가 모두 입점해 있더군요. 그리고 요코하마역의 다른쪽 출구에는 홍차 브랜드 '루피시아'도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요코하마에 없는 것이 '아란지 아란조' 인데..., 뭐 도쿄에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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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토요일에는 에노시마에 갔습니다. 요코하마에서 가면 40여분 정도에 도착하는 거리. 가마쿠라와 이웃해 있어서 보통 가마쿠라와 같이 하루 코스의 여행으로 짜는 것 같습니다만.  사진은 모노레일의 역입니다. 보이는 것처럼 차의 동력이 위쪽에 있어서, 공중에 동동 매달려서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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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의 명물이라면 역시 '에노덴'. 가마쿠라와 에노시마까지 이어지는 에노덴은 슬램덩크 등의 만화에 배경으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도쿄와 가까우면서 한적한 교외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어서, 제 취향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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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 게 정오 무렵이어서, 에노시마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널 땐 이미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바다에는 보트나 수상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꽤 보였습니다. 여름이면 더 많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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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가 무척 많은 작은 섬이지만, 구석구석 이어지는 이런 골목길이 오히려 메인인 듯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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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종이라고 불리는 종이 있는 언덕은 '연인들의 언덕' 이라고 불립니다. 연인들이 저렇게 자물쇠에 두 사람의 이름을 적어서 매달고 열쇠를 나누어 가지고 돌아간대요.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고 열쇠를 자물쇠에 걸어 놓거나, 혹은 바다에 던져 버리기도 한답니다. 연인들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자물쇠를 팔고 있고, '싸인펜 빌려 드립니다' 라는 간판이 있는 가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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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시♡야스미 5년이 되었어요.' 같이 사연을 적어 놓은 경우도 있고. 오른쪽의 녹슨 자물쇠처럼 두 사람의 이름만을 양쪽에 적어놓기도 합니다. 날짜를 적은 왼쪽 맨 옆 같은 경우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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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노시마의 명물, 갈대 해안으로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는 절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위 해안의 끝에는 동굴도 있는데, 여기 저기 느긋하게 돌아보느라 입장 제한 시간인 4시를 넘겨 버렸습니다. 하지만 대신 이 멋진 석양을 선물로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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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구석구석의 작은 가게들에는 이렇게 주인들의 센스가 보이는 장식물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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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섬을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몽환적인 하늘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해가 지기 전에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요코하마로 돌아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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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에는 카나가와 현(요코하마가 속해있는 현) 연합 수학교육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오전의 세미나에는 수업때문에 참가하지 못하고, 오후의 공개 수업과 연수발표에 참석했어요. 초등/중학/고등으로 나누어서 발표하는데, 고교에 참가했습니다. 공개수업은 벡터 단원. 학생들은 선택과목이어서 그런지 25명 남짓. 수업은 공개수업인데도 불구하고 지극히 평범하게 판서와 학습지만으로 이루어져서, 오히려 놀랐습니다.

학생들은 거의 선수학습이 되어 있지 않았고요. 아마 이 학교가 이 현의 대표적인 입시교라든가 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죠. 중상 정도의 공립학교라고 하니. 인상적인 수업이었습니다.

현직 고교 선생님으로서 수학교육학회에 참가중인 세 분의 선생님의 연수 발표도 재미있었네요. 컴퓨터의 활용이 거의 없는 일본 교육의 특징인지, 프로그램의 간단한 소개도 있었고요. 가장 인상적인 건 '뉴스 속의 수학' 이라는 수업 방법이었습니다. 매번 실시하는 것은 아니고 단원이 끝날 무렵 정도에 그와 관련된 뉴스를 가지고 와서 학생들과 함께 탐구해 봄으로써, 수학이 현실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학생들이 느끼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과 회원국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 힘의 차이를 갖는가? 라는 것을 확률로 설명한 것이 있었고. 암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가입하지 않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를 함께 토론해보는 것도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일본에서는 8단의 인간 피라밋을 체육제에서 시도하다가, 4단 정도에서 가장 아랫단의 학생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아이들 전체가 추락, 가장 아래에 있었던 학생이 전신마비를 일으킨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를 '파스칼의 삼각형' 으로 설명했더라구요. 그래서 한 학생의 체중이 40kg이라고 가정했을 때, 8단의 파스칼의 삼각형에서 가장 가운데 학생이 받는 하중은 무려 몇 톤에 이른다- 라는. 학생들은 수학적 탐구가 없이 무모하게 이루어진 시도가 만들어낸 비극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라고 합니다.

파스칼의 삼각형을 아시는 분은 한 번 만들어 보세요. 학생들의 무게를 1로 잡고 만들어보면, 2단이 되었을 때 가운데 학생이 받는 하중은 2가 되죠. 그 아랫단을 또 만들어보면, 아랫단의 학생 4명은 차례대로 1, 3, 3, 1의 하중을 받습니다. 4단째가 되면, 맨 아랫단의 학생은 1, 4, 6, 4, 1의 하중. 5단째가 되면 1, 5, 10, 10, 5, 1의 하중. 6단째가 되면 1, 6, 15, 20, 15, 6, 1의 하중. 7단째가 되면 1, 7, 21, 35, 35, 21, 7, 1의 하중, 8단째가 되면 1, 8, 28, 56, 70, 56, 28, 8, 1의 하중이 되죠.

학생의 몸무게를 40으로 잡으면, 4단째의 학생중 가장 가운데는 40x6=240. 240kg의 하중을 받게 됩니다. 5단째가 되면... 40x10=400. 400kg이죠? 6단에서는 40x20=800kg, 7단째는 40x35=1400. 1.4톤, 8단째는 40x70=2800. 2.8톤에 이릅니다. 쌀 한 가마가 80kg이 되니까, 4단만 되더라도 가운데 맨 아래의 학생은 몸에 쌀 세가마를 얹은 정도가 된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수학의 흥미를 높이려고 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보고 있으니, 뭔가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고, 또 굉장히, 그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오늘은 일요일. 수요일까지 해야 하는 산더미같은 과제가 있네요. 어제는 폭우가 쏟아져서, 빨래를 방안에 널어놓고 제습기를 돌렸더니 아침에 베란다에 제습관에서 나온 물이 흥건합니다. 다행히 오늘은 볕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