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여행기 8일째 : 2007.08.20.

2007/08/28 00:47

8월 20일 성도->인천->부산

8시 30분 비행기의 체크인을 위해서 5시 정도에 일어나, 샤워하고 마지막으로 짐 정리를 하고 택시를 잡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차 종류나 가벼운 선물용 물건들을 제외하면 거의 쇼핑을 하지 않아서, 9킬로로 출발했던 짐이 9.5킬로 정도로밖에 늘지 않았다. 조나다를 짐에서 빼내긴 했지만 대신 여행 가이드북이 들어갔으니 실제 쇼핑 무게가 1킬로가 채 되지 않는 모양. 이것 저것 악세사리류나 가방이나 눈에 꽤 들어오는 것은 있었지만 사려고 마음먹으면 또 뭔가가 아쉬워서 결국 사지 못한 것이다.

택시는 아침 시간이어서인지 거의 속도감에 아찔해 질 정도로 빨리 공항에 도착했지만 아직 체크인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세관 통과를 먼저 해야 하는 중국 항공사의 특성 대로 먼저 세관을 통과하고, 체크인을 하고 그 다음에 다시 출국 수속을 한다. 티벳이나 성도에서 거의 보지 못헀던 한국인들이 어디서 다 있었는지 단체 팀으로 여기 저기에서 모여들어 있었다. 공항은 조그맣지만 성도의 느낌과 마찬가지로 깔끔하다. 국제선보다 국내선 운항이 많은 곳이다보니 창구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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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조금 전에 카운터가 열렸는데 단체 카운터와 개인 카운터의 구별이 없이 하나 밖에 열리지 않았다. 도무지 진행이 되지 않는다 싶었더니 앞열에 10명 정도의 그룹이 수속 중이었다. 바로 옆에 창구가 다시 열려,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쪽으로 이동하는데 멀리서 서 있던 15명의 그룹이 잽싸게 그 앞에 서며 새치기를 한다. 짐 12개의 수속을 할때까지 또 하염없이 기다리니 옆 창구가 열려, 비로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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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한 줄로 서 있어서 사람이 많은가 했지만 단지 인원 점검을 위해 서 있었던 것 뿐. 다른 창구는 비어 있었다. 덕분에 출국 수속은 비교적 쉽게 마치고 들어와보니 그렇게 많지는 않은 면세점들이 보인다.

아버지 선물로 중국 전통주를 샀다. 내부에는 비행기 안에서 먹을 용도인지(우리 나라에 반입은 할 수 없다) 과일류나 액체류도 팔고 있지만, 가격은 바깥의 두 배이상. 과일 같은 경우는 10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전통 공예품 같은 경우에 바깥보다 싸게 팔고 있는 경우도 있고(판다 기지에서 136위안이었던 티셔츠가 이 곳에서는 80위안), 바깥보다 훨씬 비싼 경우도 있다(중국 동전 지갑 같은 경우 밖에선 10~20 위안이면 살 수 있지만 내부에선 최소 30위안 이상이다). 그래도 전통 공예품 같은 경우 가격은 외부에 비해 비싸지만 세공 같은 경우가 정교한 것이 많아서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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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지 못한데다 기내식은 1시간은 지나야 나올 듯 해서 면세점 안에 있는 커피숍에서 카페 라테를 한 잔 시켰다. 58위안(우리 나라 돈으로 7000원 가량)이니 꽤 비싼 가격이지만 공항이란 그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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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으로 라싸를 갈 때 카페에서 시킨 라테가 38위안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비싸지만, 맛은 있어서 맛있게 마셨다. 8시에 보딩이 시작되었다. 천천히 줄을 서서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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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 3열. A-F까지의 그렇게 작지는 않은 비행기. 운이 좋게도 이번에도 앞쪽, 7의 B에 앉았다. 여기까지는 아주 순조로운 여행이었다. 안개가 자욱해서 아마도 이륙이 늦어지리라 생각했지만, 올 때도 1시간 이상 이륙이 지연되었으니 그 정도는 참을 용의가 있었다. 그런데, 뭔가 조짐이 이상했다. 1시간 가량 경과하고 나자 기내 방송이 나왔다. 비행기 기내에 기기적 결함이 발견되어서 급히 수리를 해야 하니 모두 내리라는 것이다. 만약 수리가 빨리 끝나면 이 비행기에 다시 탈 것이고, 다른 비행기가 먼저 준비되면 그 비행기로 출발하겠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대부분이 한국인인 승객들은 역시 남초 호수에서 느긋히 상황을 파악하며 기다리던 중국인과는 달랐다. 언제쯤 출발을 하겠느냐는 항의에 언제 될지 알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승객들 사이에서는 분노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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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지만, 왼쪽 위쪽처럼 직원에게 몰려들어 한국어로 화를 내는 사람들의 수도 적지 않다. 마침 중국어가 능숙한 아가씨가 두 명이 있어서, 애꿎게 통역을 담당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이륙하고 나서 결함이 발견된 것보다 훨씬 낫지 않나 싶었지만,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온 사람들이야 아침도 못 먹고 맞이한 이런 상황에 분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두 시간이 경과하자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소리지르는 사람, 술이 취해서 욕설을 하는 사람, 한국인이라고 무시하는 거냐고 격양된 어조로 따지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 사진이나 비디오로 촬영을 하며 기록에 남기는 철두철미한 사람. 사람들의 반응이 저마다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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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다는 항의가 먹혔는지 항공사측에서 비행기에 실었던 기내식을 꺼내 분배하기 시작했다. 급식을 먹듯이 줄을 서서, 기내식의 메인 요리와 콜라 한 캔을 받았다. 공항에서 기내식을 먹는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카레 같기도 하고 하야시 라이스 같기도 한 덮밥 요리였는데 비교적 깔끔하고 맛있었다. 중국의 밥은 찰기가 없이 푸슬하게 짓는 경우가 많은데 신기하게도 이 밥은 조금 질게 지어져있었다.
 
기내식도 다 먹고, 세 시간이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포기한 듯이 기다리는 사람과, 단체행동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양분되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비행기에서 내리지 말고 버티자는 일군의 파가 생겨났다. 나와 J는 아까 급하게 돌아보느라 못 본 안쪽의 면세점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첫번째 면세점보다 안쪽 면세점에 독특한 물건들이 많이 보였다. 옥으로 된 세공품들이 독특한 것이 많이 보이고, 중국의 다구들도 다양하게 보였다. 계속 한국에 머물 예정이면 하나쯤 구입하고 싶은 자사호가 눈에 띄었지만, 10월에 출국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조그마한 자사호의 표면에 서예체로 조각이 되어 있는데 글씨가 날렵하고 유려한 모양이었다. 내 물건이 될 거라면 언젠가 다시 눈에 띄리라 생각하기로 했다.

한참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네 시간이 경과되었다. 그제야 안내방송이 나온다. 수리가 끝났으니 탑승하라는 안내다. 나는 작은 가방 하나 뿐이니 가볍게 타지만 수트케이스를 들고 탄 사람들은 짐을 여기 저기 옮기는 것도 큰 일이다. 승무원들이 탑승하는 승객들에게 일일히 쏘리 쏘리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화난 사람들에겐 별 효과가 없는 듯. 모든 사람이 탑승하고 기내방송으로 사과방송이 나오고 비행기는 이륙했다. 오후 세 시 사십분에 김포에서 김해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예약해 두었지만 이래서야 수가 없다. 자동 캔슬을 하고 가능한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월요일 오후니 김포에서 김해로 가는 편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을 듯 하다. 어쩌면 인천에서 김해로 들어가는 편의 시간에 맞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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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타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자 2번째의 기내식이 나왔다. 지연 출발 덕분에 드물게도 두 번의 기내식을 받게 된 것이다. 치킨 덮밥에 스촨식의 고기볶음간장(같은 건데 뭐라고 불러야 되려나...)을 약간 뿌려 (사진의 검붉은 색) 먹으니 산뜻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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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이래 저래 계획에 차질이 많은 여행이었다. 고산병을 너무 가볍게 보고 체력의 한계를 뼈져리게 느꼈던 것이나, 매번 항공편마다 이륙이 지연된다거나 남초 호수로 가는 편이 낙석사고로 취소된다거나. 그래도 이런 돌발 사태들이 여행에서의 묘미기도 한 게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되뇌어본다.

인천에 무사히 도착한 후, 분노한 한국인 팀들은 '모두 일제히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는 겁니다!' 라고 주장했으나... 8시에 있을 국내선을 타지 않으면 (티켓팅부터 해야 하고) 오늘 안에 집에 들어갈 수 없으니 마음이 급하다. 게다가 의논이 따르지 않은 단체 행동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안전 벨트 사인이 꺼지고 내려도 좋다는 신호가 떨어지자 나와 J는 무심히 일어나 비행기에서 내렸다. 등 뒤에서 "지금 내리는 건 다 중국인이야!" 라는 외침이 들렸다. 아. 나 중국인이었던가. 공항으로 들어가는 셔틀 버스 1대가 찰 정도로 승객이 내렸는데, 생각보다는 한국인도 많이 있었다.

인천 공항에서 김해 공항으로 들어가는 국내선 티켓팅을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첫 식사. 조선호텔 직영 식당가에서 그나마 가격이 덜 비싼 편인 돼지고기 김치 돌판 밥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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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김치 색이 예쁠수가. 김치는 하늘이 내린 음식이었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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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젓갈. 광택이 아름답다. 아, 나는 예전부터 오징어 젓갈을 좋아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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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판 위에 김치와 고추장과 야채와 돼지고기와 기타등등이 든 밥을 슥슥 잘 비빈다. 맛있는 냄새. 어쩔 수 없구나, 난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맞나 보다.

몇 년 전 상해, 항주, 소주, 북경에 왔던 여행을 생각해보면 그간 중국은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어쩌면 중국이 변한 게 아니라 성도라는 지역의 특수성일지도 모르지만, 지난 번에 느꼈던 경직성은 훨씬 줄어들고 비교적 원만하게 관광객을 상대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짧은 3일간의 일정이긴 했지만 라싸에서의 며칠간은 꿈결같은 환상으로 미화되어 있던 티벳에 대한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할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자기의 나라를 잃은 티베탄들의 표정이 신앙으로 가득한 것을 보며, 나는 때로 분개했고 때로 조금 경건해졌다. 그리고 만약 실제 티벳이 독립을 획득하게 된다면, 그 이후의 티벳 모습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졌다. 이대로 중국의 지배가 이어진다면 티벳은 점점 중국화되고 티베탄들은 한족의 풍습에 익숙해지며 서구 문물에 길들여지게 되겠지만.

19시간의 열차 여행도 했으니 48시간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도전했던 장기간 기차 여행에서의 교훈도 생각해본다. 물론 그 동안의 시간은 싹싹하고 붙임성있던 티베탄 소년 소녀들을 보고  놀란 시간이기도 했고, 마치 오래 전 우리 나라의 기차안을 연상시키는 담배 연기 자욱한 실내, 지저분한 차내의 모습에 스스로를 되돌아본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매번 여행을 마칠 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다시 좀 더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이 곳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좀 더 고산증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고, 유리창 너머가 아닌 이 두 눈 앞에서 곧바로 하늘과 호수가 맞닿아 있던 남초 호수를 보고 싶다는 생각. 미처 보지 못한 티벳의 외곽지역이나 라싸 근교의 유적지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 중국화 되지 않은 티벳을 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중국 국내에서 관광의 명소로 꼽힌다는 성도를 찬찬히 밟아가며 좀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 이것은 매번 여행에서 느끼는 목마름이다. 다른 곳을 여행하면 더 여행할 수록 조금씩 조금씩 더 늘어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다.

티벳 여행기 7일째 : 2007.08.19.

2007/08/27 00:59

8월 19일 청장열차->성도

오늘도 일곱시가 되기 전에 눈을 떴다. 밤새 사람들이 떠들고 노래하는 소리, 마작하는 소리 등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데다가, 차 안에 가득한 담배 냄새에 지끈 머리가 아프다. 세수를 하려고 챙기니 윗 칸의 중년 남자가 내 옆에서 바지를 갈아 입는다. 어제 아침엔 무려 내 앞에서 팬티를 갈아 입던 그 남자다. 세면장으로 물건을 챙겨 갔더니 배를 드러내고 벅벅 긁어대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쓰레기통에다 대고 양치한 물을 뱉어대는 남자까지. 익숙해지려고 해도 도무지 익숙해 지지 않는 풍경이다. 이 곳의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중국이 우리 나라에 비해 훨씬 오지랍이 넓은 것 같으면서 또 타인에게 무심하기도 한 것 같다.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 어지간하면 눈쌀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고, 또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도 않는 것 같다. 낯선 사람들이 뭔가 곤란해 하거나 하면 쉽게 말을 붙이고, 쉽게 어깨나 등을 치고 뭐라고 말한다. 우리가 중국인과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어서였을까.

기차는 8시 30분 경에 종착역인 성도 역에 도착했다. 짐을 들고 지고 내렸다. 고산에서 벗어났는데도 두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역 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학원이나 학교 이름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성도는 지방 도시 가운데에서도 번화하고 부유한 도시에 속한다고 하니 자녀를 유학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J가 나중에 설명해 주기를, 중국은 방학 때 그 학교를 지망하려는 학생들을 초대하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선배들이 지원자를 데리고 학교 안을 구경시켜주거나 한다는 것이다. '학원'이라는 것은 대개 2년제 대학을 일컫는 말로 중국에서는 4년제 대학의 경우에 '대학'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고 한다. 대학의 특성을 알기에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우리 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대학에선 실시하고 있지만) 

택시를 타고(오랜만에 미터기를 그대로 적용시켰다) 숙소로 돌아왔다. 지난 번 묵었던 방과는 다른 방이었다. 채광이 나아졌기 때문에 만족했다. 이 호텔에서는 매번 조식을 먹지 못하게 되나보다. 내일도 8시 30분 비행기를 타려면 여섯시에는 숙소에서 나가야 한다. 조식은 6시 30분부터니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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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 씻지 못한 탓에 둘 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스트레스인지 자연스러운 이틀분인지 몰라도 머리카락이 과장을 좀 보태 한웅큼 빠진다. 성도는 라싸보다는 온도가 높기 때문에 썬크림을 바르고 외출 준비를 하고, J가 오늘의 스케쥴을 짰다. 성도에는 관광 요충지가 많지만 이틀간의 일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일단 J가 가장 보고 싶어했던 팬더기지를 갔다가, 시간이 남으면 돌아오는 길에 두보 초당을 들르기로 했다.

아침 겸 이른 점심으로 호텔에 딸린 식당에서 이것 저것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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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처럼 생긴 것은 점원의 추천으로 시킨 것. 야채는 오이와 토마토, 청고추를 넣었다. 탕수육과 닮았지만 야채 향이 들어가서 산뜻하다. 계란 볶음밥은 라싸에서 먹은 것보다 간이 가벼워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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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부추가 많이 든 고기 만두였는데 기름기가 많긴 해도 부추 때문인지 맛이 산뜻했다. 요리 세 개(양이 많아서 꽤 남겼다)에 55위안(7천원 가량).

302번 버스를 타라는 지도의 안내 대로 무후사 앞에서 302번을 타려고 보니 차고인 듯, 승객들과 운전기사 모두 내리는 분위기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것 같은 곳까지 걸어가 보았지만 302번이 보이지 않았다. 행인에게 물어보니 아까 왔던 곳을 가리킨다. 결국 버스에서 내리는 운전기사에게 물었더니 무후사 앞 정류장이란다. 버스의 승차 요금은 1원. 고급 버스는 2원인데 하루종일 고급 버스는 탈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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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안을 내고 탄 보통 버스. 의자는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로, 북경에서 탔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아마도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러 모양의 버스가 다니는 듯 했다. (2층 버스도 보긴 했지만 타진 않았다.)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지도에는 판다 기지까지 간다고 되어 있었지만, 시외버스 정류장이 종착역이었다. 공안 청년에게 물어보니 다른 쪽에서 버스를 타라고 알려준다. 펩시 콜라를 한 캔 사고(3위안:370원) 마시니 갈증도 풀리고 두통도 좀 가시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두통약의 약효가 이제야 듣고 있는지 모른다. 버스를 타고 다시 판다 기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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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면 거대한 교차로 앞에 보이는 것이 흰 색의 판다 석상이다. 여기가 목적지인 판다 기지. 판다 기지는 판다의 종족 보전과 과학적인 번식을 위해 체계적으로 건립한 대규모 자연 공원이다. 입장료는 30위안(380원 가량). 내부에 갓 태어난 새끼 판다의 양육실도 있고, 병 치료를 위한 기관이나 연구 기관도 딸려 있다. 물론 판다가 뛰어 놀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날씨가 여름이다 보니 보통 판다라는 이름으로 떠올리는 그랜드 판다의 경우엔 거의 실내에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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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엔 판다를 주제로 한 저런 조형물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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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의 먹이인 죽림이 조성된 공원 내부는 말 그대로 거대한 산책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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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쪽에 있는 판다 박물관. 판다의 뼈 (실물인지 모형인지 몰라도), 표본 등도 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자연계 모형도 있다.

맨 처음 판다의 야외 놀이터로 가 보았지만 판다는 보이지 않았다. 둘러보니 놀이터 옆에 부속되어 있는 실내에서 판다는 축 늘어져서 느릿느릿 움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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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가 밝고 안이 어두워서 사진을 찍어도 이 정도가 한계. 풀색 같은 부분은 유리창에 비친 밖의 풍경이고, 오른쪽 위에 보이는 기둥이나 철창 같은 것은 판다가 있는 실내 안이다. 판다는 평생의 40%를 잠으로,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먹이를 먹는 것으로 소모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야생에서 살아남는 것이 힘들어져서, 이렇게 인간의 손으로 보호받지 않으면 안되는 생명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선택받을 수 있는 생명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혹시나 하고 레드 판다의 놀이터로 가 보았더니, 그나마 레드 판다는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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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활기차게 움직여서 사진을 찍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더위 아래에서도 세 마리가 뛰어 다니는 것을 보니 기분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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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서 판다의 양육 센터로 향했다. 2007년 초순, 세계에서 처음으로 쌍동이 판다가 이 기지 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초산의 판다가 낳은 쌍생아의 경우에는 한 마리가 자연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마리 다 건강히 자라고 있단다. 그 옆에는 갓 태어난 판다 두마리가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채로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 있었다. 갓 태어난 판다의 경우에는 몇 달간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한다. 어미의 보호 본능이 강한 것도 아니고, 한 번에 여러 마리가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생존이 힘든 생명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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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는 꽃이 만개해 있다.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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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센터 안에는 '스완 레이크'라는 넓은 호수가 있다. 판다의 거주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책로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풍경이었다. 생각해보니 오늘 이 판다 기지에서 본 판다 수보다도 호수에서 본 백조와 오리의 수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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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백조가 떠 있는 호수다. 더운 날씨라고는 해도, 판다가 숲에서 뛰노는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어느 정도 틀 안에서라도, 실외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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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에는 가벼운 간식 류를 팔고 있는 카페가 있다. 선물 코너에서 조카를 줄 티셔츠를 한 벌 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종점으로 돌아왔다.

며칠 전에 샀던 1.5리터 물이 바닥을 보여서 마신 후 병을 버리고 새로 생수를 한 병 샀다. 2위안. 이 곳은 작은 생수가 대개 550ml~600ml 정도의 사이즈로 제각각인 반면, 큰 생수는 대개 1.5리터로 고정되어 있다. 특별히 물맛이 나쁘거나 한 경우는 없으니 양이 많은 걸 사는 게 득일지도 모르겠다.

버스를 타고 두보 초당으로 향했다. 두보가 살던 초가와 관련된 시설이 구비된 공간인데, 개장시간은 8시까지라고 되어 있었지만 워낙 잘못된 정보가 많아 일단 먼저 가보기로 했다. 두보 초당 근처에는 사천요리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마파두부'의 명문점인 '진마파두부'가 있다고 되어 있어서 겸사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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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다보니 고층 아파트도 보인다. 서민 주택으로, 각 세대별로 넓이는 그다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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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찌감치 저녁을 먹을 '진마파두부' 가게가 보였다. (측면으로 된 빨간 긴 간판 쪽)

두보 초당 근처는 완화서 공원이라는 공원으로 조경되어 있는데, 이 곳 역시 산책로로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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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두보의 조형물이 있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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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자체가 연못과 숲으로 잘 조경되어 있어서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편하게 한때를 보낼 수 있을 듯 보였다. 겨우 두보 초당을 찾은 시간은 여섯시 이십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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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사려고 하니 마치는 시간이 7시인데 괜찮겠느냐 묻는다. 괜찮다고 하고 또 잠시 안내지의 잘못된 정보를 원망한 후 입장.

두보에 관련된 박물관이나, 두보가 살던 시기의 복식들을 알 수 있는 조형물이 있는 시설이 있고, 전통적인 선물센터도 있다. 아버지 선물로 책갈피를 하나 샀다. 그렇게 좋은 제품은 아니지만 기념은 되리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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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가 살던 전통 초가. 소박한 삶을 살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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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보통 '스크린 월' 내지는 '그림이 있는 벽' 으로 불리는데, 모택동이 이 앞에서 뒷짐을 지고 글자를 보는 사진을 찍어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글자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모두 다 도자기 조각인데, 하나 하나가 그림이 새겨진 도자기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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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으로 빠져 나오니 차를 파는 전문점이 있어서 들어가서 우롱차를 샀다. 고산차라고 되어 있는데 차향이 좋아서 덥석 한 봉을 사고, 저녁을 먹으러 진마파두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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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넓고 화려하다. 1,2층 전체가 식당인데, 1층은 스낵류라고 간단한 단품을 먹게 되어 있는 식당, 요리부가 2층이었다. 마파두부와 매운 갈비볶음, 그리고 탄탄면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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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갈비 볶음. 고추와 오이, 파, 마늘 얇게 저민 갈비 등을 같이 기름에 튀기듯이 볶은 것으로, 기름기는 생각보다 없고 산뜻한 맛이다. 고추는 씨도 그대로 다 사용해서, 차마 먹을 엄두가 나질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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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면은 여태 먹은 것 중에 가장 가벼운 느낌이었는데 역시 강력한 적은 마파두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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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촨요리는 그냥 매운 요리가 아니라, 독특한 향신료 때문에 시큼한 향이 입안에 가득 남는다. 이 시큼함이 우리 나라에는 없는 향이어서,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겠다. 그나마 첫날 스촨의 샤브를 먹으면서 경험한 향이어서 조금 나았지만. 그렇게 주요리 두 개를 시키고 밥과 탄탄면을 주문한 가격이 54위안(7천원 가량). 화려한 가게 분위기나 음식의 질, 양, 뭘 보아도 저렴한 가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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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었던 대학. College의 C가 간판에서 사라졌다. 단과 대학인 듯.

버스가 끊어진 시간이라서 숙소까지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8시 30분인데도 이미 이 노선의 버스는 끊어진다. 버스에 따라서 운행 시각이 다른데 긴 것은 10시 이후까지도 있는 반면, 저녁 7시에 운행이 종료되는 이런 버스도 있다. 한시간 가량을 지도를 보며 걸었다. 도로마다 도로명이 잘 되어 있어서 지도를 가지고 걸어오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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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교육대학. 직업병이라 사진을 찰칵. 

기차 안에서 먹으려고 샀던 복숭아를 먹고 오늘은 편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곧바로 씻기만 하고 공항으로 가야 한다.

티벳 여행기 1일째 : 2007.08.13.

2007/08/22 14:32

2007년 8월 13일 부산->서울->성도

인천공항 출발 1시 40분 비행기였다.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세시간 가량 한자리에서 앉아 있는 것이 그 뒤에 이어질 세 시간 가량의 항공 여행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다. 그래서 비행기로 올라가기로 했는데, 김해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 들어가는 국내선은 하루에 두 번, 일곱시 비행기와 오후 여섯시 비행기 뿐이다. 오후 1시 4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일곱시 비행기를 타는 건 아무래도 무리한 스케쥴이고, 비행기로 올라가려는 목적과도 그다지 맞지 않았다. 그래서 타협안으로 택한 것이 새로 생긴 공항 철도를 이용하는 것. 부산에서 김포공항으로 국내선으로 올라가, 30분 가량 소요되는 공항철도로 인천 공항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입국 수속에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니까, 하고 여덟시 40분 비행기로 예약을 했다.

문제는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침에 여섯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마지막으로 짐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여유있게 집을 나설 때까지는 좋았는데, 서면에 도착해 공항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려니 버스가 좀처럼 오지 않는 것이다. 평일의 배차 간격이 15분인 버스인데, 결국 15분을 꼬박 기다렸다. 아마도 내가 도착하기 직전에 앞차가 출발한 모양이다. 서면에서 공항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버스를 탄 시간이 일곱시 10분. 평소라면 충분히 8시 정도에 도착할 수 있으니, 하고 안심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하나 있었다.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것이다. 월요일의 양산 출근자와 맞물려 김해로 가는 길은 심한 정체를 보이기 시작했다. 월요일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 아찔해지는데, 강을 건너기도 전에 J에게 전화가 왔다. 길이 막힌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쪽은 또 창원의 출근길과 맞물렸다나. 다음 비행기를 타야 하는가, 예약을 넣는게 나을까 고민하는데 8시 정각, 드디어 강을 건너는 다리에 올랐다. 조금 모험을 해 보자. 그리고 도착한 것이 8시 17분. 20분 전까지 도착하라고 되어 있어서 곧바로 대한항공 창구에 도착해서, J의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자기도 바로 도착한 참이라고.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김해 공항에서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것은 9시 40분. 일반적인 진행이었다. 여유있게 공항을 나와서 공항 철도로 걸음을 옮겼다.

공항 철도는 새로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현재 3100원으로 할인 중이었다. 표를 끊고 내려가보니 신칸센을 연상시키는 깨끗한 차내가 인상적이었다. 수트케이스를 넣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그냥 여유있게 선반 위에 올리고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J가 로밍을 하고, 마침 옆인 창구가 우리가 탈 에어 차이나의 창구였다. 엑체 젤류 반입 금지로 보조가방 외에는 전부 부치고 나니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밖에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찍 출국심사를 마치고 들어갔다. 그런데, 두번째 난관. 금요일날 큰 맘 먹고 벼르고 별렀던 헌팅월드의 작은 지갑을 샀는데, 그 물품을 받는 '면세품인도장'의 안내표대로 가 보니, 공사중 나무판이 가로막고 있었다. 내가 잘못 봤나 하고 조금 더 헤매다가 다시 돌아와서, 공사중인 창구를 가보니 변경된 장소의 공지가 되어 있었다. 이런 것인 좀 더 크게 공지를 해 놓는게 좋지 않을까.

물품 인도를 받으니 썬크림이 엑체류에 해당해서 곧장 별도 포장으로 봉한다. 성도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개봉할 수 없단다. 화장품 류는 대개 공기주머니를 넣어서 포장해서 부피가 커지는데, 줄일 수 없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도 하는 수 없으니 한가롭게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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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항은 규모가 워낙 큰데다 안의 편의 시설도 다양해서 좋은 편이다. 면세점의 규모도 큰 편이지만, 곳곳에 앉을 곳이 많고, 가벼운 스낵 코너가 많아서 좋다.

그리고 이렇게 커피 한잔을 사 가지고 앉아서 바라보는 공항의 풍경은 한적하고 좋다. 사선으로 마련된 유리창에서 들어오는 빛의 느낌이 좋다. 그렇게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여유롭게 노닥거리며 앉아 있으니 개찰을 시작했다.

에어차이나는 처음 타 봤는데, 전에 중국의 민항을 탔을 때도 느꼈지만 중국의 CA들은 참 표정이 굳어 있는 것 같다. 한국인이 많이 타고 있었는데 한국인의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고, 구별이 잘 안되는지 중국어로 종종 말을 걸거나, 말을 못알아들었을 때 중국어로 되묻거나 한다. 어째선지 비행기는 이륙도 하지 않았는데 입국 신고서를 주면서 기록하라고 하더니, 30분이 지나도 40분이 지나도 비행기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내 방송도 없다. 결국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비행기는 거의 1시간을 활주로에 있다가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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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은 간단한 샌드위치와 약밥. 샌드위치는 조금 짜고 빵이 퍼석해서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1시 40분에서 4시 35분까지의 비행이지만 실제로 중국은 한시간 느리기 때문에, 네 시간의 비행이 되는 셈이다. 한숨 자다가 일어났더니 헤드폰 배분이 끝났다. 결국 비행기는 중국 시간으로 5시간이 지나서야 도착. 그리고 수하물을 찾으러 갔더니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돌연 카트만두에서 오는 비행기의 짐이 먼저 풀리기 시작했는데, 옆에 있던 가이드분이 이상하다 생각해서 질문해보니 그 창구에서 우리의 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안내방송같은 건 절대 없었다. 그래도 오래 걸리지 않아 돌고 있는 짐 안에서 우리 짐을 찾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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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린 이 곳에서의 도우미는 조선족 아가씨로, 웃는 모습이 참 예쁜데다가 열성적인 아가씨였다. 지도를 파는 곳이 있느냐 했더니 모르겠다고 하고선, 안내 창구에서 파는 장소를 찾아서 사게 해줬다.

어느사이 약간 저문 태양. 아직 석양은 아니지만 1시간 늦은 시간이라고 해도 어느새 저녁 나절이 다 된 모양이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비 40위안(5천원 가량). 숙소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바로 옆에 무후사와 금리 거리라는 곳이 있었다. 성도에서 가고 싶던 곳이 이 금리 거리여서, 짐을 풀고는 곧장 금리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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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거리의 입구. 성처럼 되어 있는데 밤에도 꽤 오래까지 열려 있는 것 같다. 국내 여행의 요지라고 불리는 성도의 새로운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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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양쪽에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 와 있고, 노점상도 많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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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설탕 공예의 가게. 설탕을 녹인 걸 빨대 같은 가는 관 끝에 붙여 불어서 부피를 만들고, 조절한다. 유리공예와 비슷한 느낌이다. 먹을 수는 있다고 하지만 색소까지 들어가기도 하고- 그냥 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주로 동물 모양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꼬리나 얼굴 모양이 꽤 정교하다. 오른쪽은 지금도 아마 오래된 시장에서는 눈에 띌 것 같은 뽑기. 설탕을 녹여서 판 위에 흘려 모양을 만들어 놓는 것. 동물 모양이나 새 모양 등, 우리 나라와 거의 다르지 않다. 뽑기 방식은 바늘을 돌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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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십이지의 그림, 오른쪽은 목공예 가게. 아이들도 많이 관심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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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거리 안은 산책로로도 좋다. 연못이나 정자가 있고, 천천히 걸어 다니기에 적당한 넓이에다 적당한 소일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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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특이한 아이템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 전부 다 실제 조롱박으로 만든 공예품이다. 표면에는 색칠을 한 것도 있고, 우리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인두화로 문양이 들어간 것도 있다. 붉은 매듭을 드리우는 것은 우리 나라와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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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 발견한 독특한 노점상 중의 하나. 즉석으로 저렇게 사람의 두상 내지 전신상을 만들어 준다. 크기와 질감에 따라서 다른 것 같다. 왼쪽에 붙어있는 사진들은 여태까지 이 가게를 이용한 사람들의 실물과 만들어진 소조를 함께 나란히 놓은 것인데, 몇몇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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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한 사람이 주문을 해서, 열심히 제작중인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구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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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에 콩고물을 뭍여서 파는 가게. 생각보다 위생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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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자체가 넓은 것은 아니지만, 옛날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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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를 돌다 보니 먹거리 골목이 나왔다. 소위 말하는 중국의 길거리 음식 혹은 군것질류가 여기 모여 있는데, 다른 것보다는 청결한 느낌이어서 한 번쯤 맛보면 좋을 듯. 군것질거리라곤 하지만 여기는 중국이다. 한끼 식사로 거뜬한 것도 많다. 사람들은 테이블에 모여서 두부 꼬지, 양고기 꼬지, 면류 등등 다양한 것을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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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먹어보자 생각했던 탄탄멘을 팔고 있었다. 매운 고추 기름을 바닥에 깔고, 면을 저렇게 삶아서 위에 얹은 후에, 다시 볶은 고기를 위에 얹는다. 함께 버무려 먹는다. 4위안(우리 나라 돈으로 550원 가량)

중국의 탄탄면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일본인이 좋아하는 중국요리중의 하나인 '탄탄멘'이 되었는데, 국물 요리를 좋아하던 일본인의 입맛에 맞춰 국물이 있는 면요리로 바뀌었다. 나는 탄탄멘을 무지 좋아하기 때문에, 사천 요리로 유명한 성도로 올 때 한번은 탄탄멘을 먹어 보리라 마음 먹었던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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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이런 느낌. 우리 나라 컵라면 정도의 크기다. 일정 전체에서 몇 번인가 탄탄면을 먹었는데, 여기 먹은 것이 가장 우리 입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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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돌아오니 해가 저물어 붉은 등을 켜기 시작했다. 중국 분위기가 한껏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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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엔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긴 해도, 여기는 꽤 전통의 느낌이 난다. 그것도 뭐라고 할까, 관광객이 흥미를 가질 정도의 예쁘게 꾸며진 '만들어진 전통'. 그래도 그 나름으로 즐겁고 아늑하다.

저녁을 먹으러 금리 거리를 나와 조금 걸었더니, 꽤 손님이 많은 큰 식당이 있어 아무 생각이 없이 들어갔다. 알고 보니 여기는 그 유명한 사천의 매운 샤브샤브요리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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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저 국물에 재료를 넣어 익혀 먹는데, 찍어먹는 소스는 마늘과 산초를 넣은 소스. 나중엔 입 안이 화끈화끈거려, 밥을 추가 주문할 수 밖에 없었는데, 중국의 밥은 찰기가 없는 안남미. 더운 밥이 들어가니 더욱 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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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졸아들어서 점점 검은 색이 되고, 그만큼 점점 더 매워진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매운 걸 잘 먹긴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잘 쓰지 않는 신 맛의 후추를 사용하기 때문에 익숙한 맛은 아닐 것 같다. 그래도 며칠 지나고 나니 은근히 이 맛이 다시 생각이 날 정도로 중독성이 있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라싸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자야한다. 아침을 못 먹겠지만 내일은 좀 여유있게 돌아야겠다. 고산병에 대한 겁이 다시 조금 나지만, 괜찮겠지 생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