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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2006/11/14 10:28

1.
아라시 콘서트는 최고였다.
첫번째 공연을 보았는데, 덕분에 아이들(...)이 실수하는 것도 몇 번 보고
결국은 마츠모토 준과 눈을 마주치기까지.
아마 이 쪽을 본 것 뿐이고- 나를 본 것은 아니겠지만.
무대에서 춤추는 준은 무척이나 멋져서,
아아, 내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나는 이 배우를, 가수를 좋아하고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후기를 쓸까도 생각했는데 조금 고민중.
좋은 기억이 화석화되고 변화될까봐 무섭다.

2.
부산MBC 심야라디오프로에 학교소개코너가 있는데,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출연하게 되었다.
한 학급이 방청객으로 참여하고 메인을 이끄는데 그게 우리반이 되었다.
나는 방송을 싫어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째서 저런 일이 담임도 모르는 사이에
단독으로 진행되어 나한테는 전체 메일로 통보가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미 학급 아이들이 모두 알고 난 뒤라, 내가 뭔가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황당한 것은- 일이 그렇게 진행되리라고 아무도 생각을 못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반이 선택된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진 다른 반 담임인 모 모 선생이
내가 뭔가 로비라도 한 것처럼 대한다는 것이다.
어째서 학교의 행사가 추첨도 아니고 한 학급이 전적으로 선택될 수 있느냐, 하는데
나도 모르고 있었다 하니까 의심쩍은 흰눈으로 나를 본다.

내가 담당하고 있었던 서클이 지방 신문에 실렸을 때에도
나는 사진도 찍지 않았고 내 이름도 싣지 않도록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름이 실려서 분개했던 기억.
그 때는 언론사에게 전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는 걸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나보다. 사람들은.
미치게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급이 뭔가에 참여한다는 것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고, 아이들이 이미 다 알고 난 뒤에 내게 통보되는가.
그런 식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 나는 오히려 불만인데
마치 내가 뭔가 이득을 본 것인양 취급하는건가.

학급 행사에 전원이 참가하는데, 징계로 수업을 빠지게 되어 있는 녀석이
출연진으로 들어가 있어서 사정을 보아 달라고 했더니
수업도 빠지는데 왜 이제와서 이야기를 하는가 말한다.
나 역시도 이녀석이 참석하는 것, 어제야 알았는데.
방송 관련의 담당 교사는 내게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아서-
이런 뒤치닥거리는 담임에게 맡겨 버리고 정작 당사자는 방송국과 이야기중.

당신네들과 똑같다고 취급하지 말아.
당신네들이 하고 싶어한다고 나 역시 하고 싶어할거라고 생각하지 말아.


3.
수능시험일에 시험장이 아니어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하루종일 감독하는 중노동에서 벗어난 건 내게는 기쁜 일이지만
모처럼 하루 쉴 수도 있었던 아이들에게는 속상한 일이다.


4.
시험까지 앞으로 20일.
중요하지 않은 거라고 말하지 마.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말하지 마.

지금 이 현실만을 보고 있기엔 숨이 막혀서
뭔가 다른 것을 하는 동안에는 그래도
내가 썩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니까, 그래서인데.

오죽하겠어, 내가 즐기는 문화까지도 자신의 기준대로 해석해버리는 이들이
그저 공부하고 싶어서, 그저 그게 좋아서 시험에 응시하고
그러면서도 점점 녹슬어가는 머리와
점점 자신이 작아지고 있다는 실감 때문에 몸서리 치는 걸
이해할 수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