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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새벽에 있었던 일.

2006/04/24 18:39

시험 문제를 내려고 문제집을 이리 저리 뒤적이며
한편으로는 잠깨기용 아라시 동영상(...)을 보고 있다가
도저히 컨디션이 아니다 싶어서 잠시 누웠다.

순간, 천정이 마구마구 돌기 시작했다.
놀이기구 중에 다람쥐, 그 뱅글뱅글 도는 놀이기구를 탄 직후의 강도
거기에 한 5-10배 정도의 강도로 돌아가는 천정.
엎드린 자세로 되돌아가면 괜찮을까 싶었으나 마찬가지였다.
급속도로 메슥거리기 시작해 순간 급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화장실로 달려가 저녁과 점심때 먹은 것을 모두 게워냈다.

하지만 방에 돌아오자 또 빙글빙글...
할 수 없이 거실에서 아직 잠들지 못하던 동현(조카)를 달래던 어머니를 붙잡는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사색이 되어서 어머니 옷자락만 붙드는데 어머니는 안 돌아보시더라.
한참을 그러다가 펑펑 울었다. 괴로워서.
그랬더니 어머니가 놀라 아버지를 부르셨고
아버지가 택시를 불러 응급실에 실려갔다.

응급실에서도 계속 천정이 돌아 이런 저런 문진에 답하고
약을 먹고 링겔을 맞았다.
하지만 계속 메슥거리고 어지럽고, 잠을 청해도 잘 들지 않고.

그러다가 얼핏 잠이 들었다가 링겔이 다 되어서 깨어
집으로 돌아왔다.

응급실 진단은 전정신경염.
세반고리관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으로 균형을 주관하는 신경인데
쉽게 말하면 그 신경에 감기가 걸린 상태라고 한다.

오빠가 이비인후과 전문의라서 일요일 아침에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오빠도 일단 그런 것 같다고 이비인후과에 가 보란다.

오늘 수업 비는 사이에 병원에 갔더니 진단이 다르다.
좀 더 심각한 상태. 가벼운 염증이 아니라
세반고리관 자체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15일 정도
매일 치료를 받자고 한다
주사를 맞고 약을 잔뜩 받고 집에 돌아왔다.

응급실에는 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있었다.
진료비를 떼먹고 도망가는 남자,
우울증에 간경화가 겹쳤는데 술을 마시고 와서
간호사에게 자기를 괄시한다고 마구 욕해대는 여인,
술을 마시고 지하철 내에 잠이 들어서 경찰서에서 보낸 아가씨.
그리고 피를 흘리며 응급실로 실려오는 사람들 사람들.

별 거 아닌 증상이라고 하지만, 순간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 왜 그리 억울하던지.
아아 이것도 아직 못했고, 이 사람도 못했고...
좀 더 열심히 살자. 좀 더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