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식날, K양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집과 통화를 하니 K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K가 원래 진학하려던 곳이 인문계가 아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단짝 친구도 있고, 성적도 아주 하위권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수업시간에 종종 엎드려 잠을 자는 경우가 있어서 교과 선생님들께는 야단을 맞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K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었다.
K는 마비노기를 좋아했다. 학년 초에 내가 마비노기를 했었다는 것으로 기뻐하면서 눈을 빛낸 것을 기억한다. 수학의 머리가 비상해서, 기초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이해력은 높았다. 교무실 청소를 깔끔하게 해서 선생님들에겐 나쁜 소리 한 번 들은 적이 없었다.
일단 학교에 오라, 설득을 하다가 먼저 어머님이 학교에 오셨다. 어떻게든 딸을 설득해서 학교에 다니게 해야 한다는 말씀은- K는 세상을 모른다고, K는 특별히 뭔가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학교가 싫은 것 뿐이라고. 하지만, 튀는 언동 한 번 한 적이 없던 K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기까지 그 안에서 얼마나 생각을 했을까. 어머님이 댁으로 돌아가고 엇갈리며 K가 학교에 왔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여태 걸렸다고, 아직도 뭘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고. 울먹이면서 K는 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동물을 좋아하는 K였다. 요즘 아이 답지 않게 수련회 가면 꽃을 보고 눈을 빛내고, 지나가는 길에서 개나 고양이를 보면 한참 시선을 떼지 못하는.
네가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는데 너를 보낼 수는 없어. 내가 말했다. 네가 하려는 의지가 있고, 무엇을 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네 지지자가 되어 줄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구나. K는 한참만에 학교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35명이 한 책상에 앉아서 아침부터 밤까지 똑같은 스케쥴로 움직이는 그것이, 오직 어딘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어떠니, 내가 물었다. K는 몇 명의 이름을 대면서 그 친구들이 자신을 말리고 있다고, 친구들이 속상해 해서 자기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K는 그 다음날 하루 학교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생각하고 하루 종일 뭔가를 끄적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밝은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내게 말했다. 학교 그만두기로 했어요. 어떻게 할 생각이니, 내가 물었다. K는 검정고시를 볼 거라고, 내년 4월의 검정고시를 응시할 거라고. 실컷 공부와는 별로 관계없는 책을 읽고, 등산을 하고, 시골의 어른들을 찾아뵙고-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K가 여태 내게 보여주었던 표정 중에 가장 기쁜 얼굴을 하고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오늘 K는 학교를 떠났다. 작은 선인장 화분을 들고 와, 내 책상 위에 놓아주고 K는 웃었다. 자퇴서를 쓰고, 어머님은 사유서를 쓰고, 학비를 환불받고- , 짧은 결재 과정 끝에 K는 이제 내 반의 재적 인원에서 제외되었다. 끝내 울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K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K가 떠나고 나는 또 수업에 들어갔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수업을 하고, 조는 아이들을 깨우고-, 엉뚱한 소리 하는 녀석을 달래고 한시간을 마치고 나오니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쌤.
그동안 감사했어요.
난 K에게 80자가 꽉 찬 답문을 보냈다. K는 세 번째로 내 반에서 자퇴한 녀석이다.
K가 밝은 표정으로 떠났다는 것,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차근차근 챙겼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서 K는 분명 잘 해 낼 거라고 믿는 건- 나 자신에 대한 위로일 뿐인 것일까.
그런데도 나는 착잡하다.
도저히 견딜 수 없도록, K가 떠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이 시스템이, 내가 터잡은 곳이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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