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카나가와현/동경 지역은 연일 33도 안팎의 온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동경이 33도에 카나가와가 34도, 어제는 동경이 34도에 카나가와가 33도... 1도 정도 달라도 잘 모르겠지만요.
일본 기상청 (정식 이름은 잊어버렸음)에서 장마의 종료를 정식으로 선언한 7월 말. 한국에서는 태풍의 이야기가 좀 들려오는 것도 같은데 이 곳에서는 연일 찜통 더위와 열대야와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이어지네요. 대학의 지하철역에서 대학 안, 가장 수업이 많은 유학생 센터까지는 보통 걸음으로 20분이 소요됩니다. 옷이 흠뻑 젖는 건 둘째 치고 머리가 핑핑 돌 정도로 그늘이 없는 길입니다. 작년 10월에도 꽤 더워 했던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말 그대로 천국이었군요.
일본의 습도는 살인적입니다. 8월에 칸사이 배낭여행을 했던 2000년을 생각해보면 지금도 아찔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도 종종 탈수현상이나 탈진 현상을 가볍게 보이곤 했었던 것 같아요. 온도도 온도지만 문제는 이 습도입니다. 체감온도 자체로는 이집트의 40도 넘던 여름 날씨가 차라리 시원했던 것 같습니다.
자외선 알러지가 있어서, 외출 시에는 드러나는 부분 전체를 썬스크린으로 칠을 하고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땀이 너무 많이 흘러서 모자를 쓰는 건 무리. 양산도 바람이 통하지 않아서 오히려 덥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 포기해버리고 지금은 최강 썬스크린으로 온 몸을 감싸고 나갑니다.
그런 것이, 6월 말경부터 묘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 봄에도 자외선 때문에 손등에 발진이 나곤 했었지만, 이번에는 손등이 아니라 팔의 안쪽. 차렷 자세를 하고 섰을 때 몸 쪽으로 향하는 그 부분, 보통은 햇빛이 덜 닿아 덜 타는 바로 그 부분에 발진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보통 자외선 알러지 반응은 팔의 위쪽에 생기는 게 많아서 썬스크린 로션을 아래까지 꼼꼼하게 바르지 않았던 것도 같아서 열심히 열심히 썬스크린 로션을 발랐지만... 이게 줄어들지 않는 거에요. 처음에는 팔꿈치 쪽에서만 생긴 발진이 아래쪽으로 전진하듯이 번지더니, 급기야 손바닥까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지요. 손바닥에 발진이라니. 원래 손바닥이 약간 붉은 편이라서, 색깔의 변화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증상만큼은 똑같은 겁니다. 미칠 듯이 가렵고, 긁으면 따끔거리고 아프고. 피가 배어 날 때까지 긁어도 나아지지 않아요. 자외선 알러지인 자신을 원망하면서 선스크린 로션을 열심히 바르는 것만 계속했죠. 근처에 피부과가 있긴 한데, 여기 병원 비싸기도 하고. 알러지라는 게 불치병이라고도 하고.
아라라. 그 다음에 증상이 나타난 건 무릎 아래, 다리의 앞쪽입니다. 치마도 안 입고 긴 바지만 입고 다니는데, 웬 자외선 알러지. 아아, 이건 땀띠인가보다, 했습니다. 미칠 듯이 더웠으니까, 긴 바지 아래로 땀띠가 날 법도 하지. ...근데 이상한 건 있어요. 바람이 더 안통하는 건 허벅지 쪽일텐데, 어째서 무릎 아래인걸까. 운동화로 땀범벅이 되는 발등은 그렇다고 쳐도.
기숙사에 돌아오면 발진에 혀를 차는 날이 지속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죠. 왜 오른쪽만이야? 팔의 안쪽도, 땀띠로 추정되는 다리도, 왜 오른쪽만일까요? 이거 자외선 알러지도, 땀띠도 아닌 게 아닐까. 그리고 오늘 아침, 문득 행동 패턴을 추적해 보았습니다. 오른쪽 무릎 아래, 오른쪽 팔의 안쪽과 손바닥과 손목. 이 부분에 해당되는 자극이 뭐가 있을까.
...그리고 깨달은 거지요. 이 기숙사의 책상이, 금속제라는 걸요. 최근 레포트가 많아서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노트북으로 이런 저런 작업을 할 때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책상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왼손은 대개 책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팔은, 정확하게, 알러지가 나온 그 부분이 책상에 항상 닿아 있었던 겁니다. 손바닥의 발진 부분은 마우스를 잡고 움직일 때 닿는 부분이고, 팔꿈치는 말할 것도 없고요. 팔의 윗부분은 책상에 닿을 리가 없지요. 그리고 다리. 기숙사에서는 헐렁한 면 반바지를 입고 있는데, 무릎 아래 부분은 보통 서랍이 있는 오른쪽에 직접 살이 닿아 있는 경우가 많더라는 겁니다.
알러지는 곧바로 자극에 대해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지만, 자극이 누적되어서 비로소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외선 알러지가 처음 나타난 게 중학교 2학년 때니까요.
내일은 나가서 책상에 깔 천을 찾아 봐야겠습니다. 면으로 된 식탁 매트 같은 게 100엔샵에 있었던 것 같으니 그걸로 되겠지요. 그리고 오른쪽 다리의 경우는...., 책상 안쪽에 천을 붙여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이지요. 원인을 알았으니. 한달동안 썬스크린 로션 40ml 한 통을 다 쓸 정도로 열심히 바르고 다녔는데, 이젠 원래 바르던 양으로 돌아가 보려고요.
숙제에 치이는 날이지만, 그럭저럭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Comments
저런... 정말 고생이네. ;ㅅ;
그래도 알러지는 원인만 알아도 좀 나을테니까 그건 다행다행..;;
그건 그렇고 나 8월 초에 간사이 여행가요. ... 그렇게 더워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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