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글검색결과 [2009/03] : 4

  1. 2009/03/25 2007.10.4-2009.3.25 (2)
  2. 2009/03/16 다녀왔습니다 / 앞으로의 예정 (4)
  3. 2009/03/12 앞으로의 예정 (2)
  4. 2009/03/10 그간 근황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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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04:27 | 일본유학

잠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안 올 줄은 몰랐다.

언제부터였더라. 문부성 교원 연수를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무엇 때문에 가고 싶다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일본어도 전혀 못 하면서 허황된 꿈처럼 막연하게 바랐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학교의 업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 줄 도피처처럼 그렇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무언가처럼.

새로 들어간 대학에서 일본어를 처음 배웠다. 1년간이라고 해도 학원으로 다지면 두어달 다는 것도 안되는 시간이었다. 히라가나를 못 읽었다. 한자까지는 엄두도 못냈다.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밤에는 대학을 다닌 생활 속에서 일본어 학원을 다닐 여유는 없었다. 1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잊었다.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을 땐 확실히 일본어를 못 했던 때다. 2002년에 공업계 고등학교로 발령이 나면서 학원을 잠시 다녔다. 자신이 1년간 공부한 게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았고, 두 달 수업이 지나자 학원을 더 이상 가지 않았다.

2005년에 EBS일본어 회화를 듣기 시작했다. 어쩌다 그랬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남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계속 교원 연수생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혼자 살고 싶다는 기분,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기분, 어린애같은 동경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나보다. 현실은 너무 아팠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살고 있는 것만 같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한심해서, 단지 취미로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줄곧 이어폰으로 강의를 들었다.

2005년 12월, 2급 시험. 어렵다고 생각했더니 의외로 합격. 생각해보면 60점 이상이면 합격인 거니까, 모든 문제를 다 정확하게 풀어야 할 필요는 없는 거였다. 2006년에 1급을 치기로 했다. 사람들이 어이 없어 하더라. 몇 년 전만해도 히라가나도 못 읽는 애가 뭔 소리야 싶었나보다. 일본어 못해서 다른 사람들이 일본어로 농담 따먹기 할 때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 있던 애가 뭔 욕심이야 싶었나보다.

2007년 2월에 교원 연수 시험을 쳤다. 영어가 어려워서 떨어진다면 영어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부산 예비 심사에 붙었다. 불합격한 사람들이 교육청에 항의 방문도 했다고 했다. 괜히 내가 뭐 잘못한 것 같아서, 이러고 서울의 본심사에 불합격하면 두고 두고 욕먹을 거 같아서, 긴장하면서 본심사의 시험을 쳤다.

면접시험 대상자 안에 들었더니 학습 계획서를 쓰라고 하더라. 벅벅거리며 친구 붙잡고 물어보고 사전 몇 번이나 뒤지면서 써 갔더니, 지도 교수님 찾아가서 써 온 사람부터 번역기 돌려서 그대로 붙인 사람까지 정말 천차 만별이더라. 면접 갔더니 일본어로 말할 수 있겠냐 물었다. 자신 없는데 그러겠다고 했다.  면접 치고 났더니 어쩐지 붙을 것 같았다. 뭔 자신감이었을까. 그래도 붙긴 붙더라.

정신없이 준비하고 출국, 일본에 건너와서 가볍게 우울증 비슷한 것도 겪었다. 생각보다 일본어가 안 통해서,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라 비슷한 문제는 항상 일어나는 거라서, 그래서 그랬나보다. 출국해서 혼자 살기만 하면, 일상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그곳이 낙원일 줄 알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환경이 변하면 자신이 적응하든지 아니면 도태될 뿐이다.

지금 방에 이사 와서 꼭 여섯달. 멍하니 TV를 보고 있다가, 내일 하는 특집 프로의 광고가 나왔다. 밤 10시. 집에 들어가면 오후 4시 정도일테니 볼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깜짝 놀랐다. 이제 이 곳이 일상이 되어 있나보다. 역에서 내려 도보 15분. 슈퍼에서 장을 보고 약국에서 세제를 사고, 돌아와 방 안에서 TV를 켜놓고 무언가를 하는 지금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렸다.

먼저 귀국한 A가, 문득 도큐한즈에 들러야지, 하고 생각했단다. 한국의 일상에 일본의 일상이 섞여서 오는 착각이다. 나도 그런가보다.

나도 돌아가면, 구석구석 먼지를 턴 이 방이 그리워 질 거다. 6개월간의 일상이 더이상 일상이 아니라는 것에 가끔은 화들짝 놀라기도 할 것이다. 책상 옆에 TV가 있고 책상 옆에 책장, 그 옆에 벽장이 있는 이 방에 있는 듯이, 잠에서 깨자마자 더듬거리며 머리맡의 전등 스위치를 켜려고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다이칸야마의 킬 훼봉의 타르트가, 미도리의 스시가, 시음 신청으로 마시는 루피시아 할인 매장의 차가, 이제는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이 낯설기도 할 것이다.

4월 1일, 거짓말처럼 새로운 일상으로 나는 다시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하겠지. 정든 2학년들은 이미 졸업해서 만 19살이 되었고, 그 때 쬐그맣던 1학년들은 이제 3학년이 되어 있다. 그렇게 거짓말처럼, 잠시 떨어져 있었던 일상으로 돌아가면, 내가 없는 동안에도 그 곳의 톱니바퀴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이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내고 싶지 않은걸.
오키나와 여행을 같이 한 카나코 상이 말했다. 사일간의 여행과 오늘, 그 짧은 인연에도 꼭 다시 만나자고 조금 눈을 붉히며. 꼭 부산에 갈 거니까. 이건 절대 혼네니까. 강조하면서 말하는 카나코 상에게 응응, 꼭 놀러와, 라고 대답했다.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걸.
카나코 상이 말했다.
꼭 다음주도 언니랑 만나서 책 이야기, 교수님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아요.
여기서 처음 만났으면서도 친해진 민경 씨가 말했다.

하지만 괜찮아. 인연이 여기서 끝날 리가 없으니까. 늘 가야할 길로 인도받았듯이, 다시 이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믿으니까.

2009/03/25 04:27 2009/03/25 04:27
1. 오키나와 여행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19세기 친일파들의 책략으로 왕이 복속 문서에 조인,
20세기 '방언금지정책'으로 오키나와어 사용 금지 정책
20세기 '성씨통일정책'으로 고유 성씨를 일본 성씨로 강제 변경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군 상륙, 남성은 일본군으로,
여고생들은 간호병으로 편성되어 오키나와 본도 각지에 배치
'미군에게 붙잡히면 남자는 총살, 여자는 강간후 총살된다'는 교육에 의해
항복 권유에 응하지 않고 지하 동굴의 피난 생활
오키나와 주민 1/4, 일부 지역은 1/2이 전사.
조선 출신으로 오키나와 사람과 결혼해 살고 있던 여성이
스파이로 몰려 온 가족 전체가 사형.

수료여행으로 왔을 때 보았던 풍경과 전혀 다른 지역을 바쁘게 돌아보고
유학생문학생 수상자 3인과 일본인 스탭, 오키나와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4일간이었습니다.
오키나와의 미키쨩은 '한국에 가더라도 언제든 오키나와에 오면 연락해' 라고
눈물이 글썽글썽, 오키나와 사람들은 혼네와 타데마에가 없는 솔직한 사람들이랍니다.

2. 앞으로의 일정
마지막 짐을 내일 발송할 예정입니다. 항공권은 목요일쯤 찾아올 듯.
센다이 여행을 예정 중입니다만 글쎄요...
가전용품(이라고 해도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만)을 리사이클숍에 팔 일이 남았구요.
내일은 한국인 학부생 현숙이의 생일이라 구묘지 기숙사에서 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2009/03/16 13:21 2009/03/16 13:21
2009/03/12 01:00 | 일본유학
1. 오키나와 여행
3월 12일-15일 3박4일간 오키나와 여행을 갑니다. 전에 말한 대로 초대 받아서 가는 여행입니다. 팬션에 묵을 거라서 인터넷 사용은 힘들 것 같습니다. 오키나와인들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귀국 일자 확정
25일 수요일 11시 JL957편으로 완전히 귀국합니다. 부산 도착은 1시 20분 정도라고 합니다. 짐은 가능한 한 부치고 가볍게 해서 들어갈 예정입니다만, 캐리어 하나에 어떻게 잘 마무리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3. 교수님 병문안
물리치료에 들어가셔서 순조롭게 회복 중이신 지도교수님의 병문안을 갈 예정입니다. 병문안 선물로는 뭐가 좋을지....

4. 혼슈여행 예정
18일-23일은 일본에서 가보지 않았던 지역을 갈 예정입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혼슈의 센다이 근교라든가 혹은 시코쿠 지역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마음의 고향 같은 '우지'나 '이카루가'를 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가기 힘든 지역을 가는 게 좋을 것 같긴 합니다.

5. 보고서 이후의 과제
후기 지도 교수님이셨던 이케다 교수님께서 다음 학기 학회에서 발표할 내용의 참고 자료를 보내 줄 수 있겠냐고 하셨습니다. 최종 보고서에 들어 있었던 한국의 중학교 수학 지도안도 참고로 하신다고 합니다.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가 교과서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하셔서, 일단은 메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귀국 전까지 조금씩 번역해서 보낼 예정입니다.


2009/03/12 01:00 2009/03/12 01:00
2009/03/10 17:19 | 일본유학
1. 수료식 무사히 마쳤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멋쟁이 청일점 오스발도의 어머님과 어머님의 대녀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수료식에 참석했습니다. 일본 친구들이 온 사람들도 있었군요. 후배들과 학교 관계자, 유학생 센터의 선생님들과 지도교수님들이 참석하셨습니다.
담당 지도 교수님이신 멋쟁이 이케다 교수님은, 마지막 인사말로 "언제든 다시 돌아오도록 해요." 라고 해 주셨습니다. 일본인 특유의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마웠습니다.

2. 마지막의 버스 투어  
소속되어 있는 학과인 '교육 인간 과학부/교육학 연구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버스 일박 이일 여행을 갔습니다. 이즈 반도를 갔죠. 참선을 해보거나 (본인은 하지 않았음) 폭포를 보거나 했습니다. 숙소는 유명한 아타미 해안가의 온천 호텔이었습니다. 시설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온천 물이 참 좋더군요. 방심하고 한참 들어가 있었다가 어지럼증을 느끼고 나왔습니다. 미지근한 물도 무시하면 안되겠습니다.
여행 중에서는 어째서인가 '손금 보는 사람'으로 알려져, 참가자 전원의 손금을 봐 주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일본어 잘 한다고 인정한 적이 없던 스미 교수(교원 연수생 총 책임자)가 손금 설명하는 걸 계속 듣고 있더니 일본어 능력이 상당하다고 칭찬하더군요. 이제 돌아갈 날 며칠 안 남았는데 좀 더 일찍 칭찬해 주시지... 여태까지 동기들에게 연락할 거 있으면 편하다고 꼭 나한테 맡기더니.

3. 짐 싸고 발송하는 나날
일본은 우편 요금이 매우 비쌉니다. 엽서 한장을 부치면 50엔, 편지는 보통 170엔 이상이고요. 따라서 국제 우편도 비쌉니다. 일본에서 한국까지 EMS로 20kg을 발송하려면 만 팔천엔정도 들어갑니다. 항공 우편으로 발송하려면 만 삼천엔 정도, 배편으로 20킬로를 보내는 건 5800엔 정도가 들지요.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유학생들은 보통 이삿짐 처리하기에는 짐이 애매하기 때문에, 배편 발송 혹은 한국 회사의 국제택배를 이용합니다.
현재 한진택배의 경우에는 속달배편이라는 3-10일 정도 소요되는 국제 택배가 30kg에 9천엔이죠. 부쳐야 할 짐이 30킬로 안팎일 경우에는 일본의 배편 발송으로 2 박스를 만들어 부치는 것이나 국내 회사의 국제 택배를 이용하는 것이나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만 짐의 수에 따라서는 일본의 배편을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게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80킬로의 짐이 있다고 하면 국내 회사의 택배편은 2만 칠천엔, 일본 우체국의 배편 발송은 이만 삼천엔 정도가 듭니다.
국내 택배의 장점은 박스를 미리 받아서, 기사가 박스를 가지러 집까지 와 준다는 것입니다. 우체국의 항공편이나 배편은 20킬로 제한이 있기 때문에 박스의 수가 늘어나게 되는 반면 국내 회사의 국제 택배는 30킬로까지 한 박스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일본 우체국의 배편 발송을 하려면 우체국까지 들고 가는 것은 본인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운반도 부담스럽지요. 배편 발송은 한달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국내 택배사는 길어야 10일이 소요되므로 시간상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짐의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국제 택배와 배편 발송의 가격 차이는 벌어지게 되고...

그래서 여행 전에 박스로 코트를 한 번 부치고, 오늘은 책과 옷을 또 부쳤습니다. 현재까지는 17+16+20+19=72kg, 총 경비 이만엔. 한국 택배를 이용하는 것보다 7천엔 정도 싸게 먹혔습니다만, 짐 혼자서 나르느라 땀 삐질삐질 내고 있는 지금, 다른 사람에겐 별로 권하지 못하겠네요.
2009/03/10 17:19 2009/03/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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