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소설 쓰면서 가끔씩 만나는 사람 중에, 세계는 이제 다 만들었다고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우리 동호회의 사람들은 세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이고, 인물이라고 대답해주곤 한다.

그런데 인물이라.. 이야기와 인물 중에 무엇이 먼저인가는 어려운 문제다. 나는 내가 인물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들은 My Soul Brother의 말로는, 이야기가 인물보다 비중이 높다고 한다. 가끔은 이야기에 인물이 휩쓸려 버린다는 느낌도 든단다.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어라.. 싶다. 그렇군. 맞아. 나는 주인공이 세계를 뒤흔드는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세상에서는, 세상의 흐름이 한 개인을 휩쓸어 가는 것이 훨씬 흔한 일이니까.

글을 쓰는 후배 하나는, 개성있고 유쾌한 캐릭터들이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우연같은 상황을 거쳐 해결하면서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짜임새있는 인과관계를 통해 사건이 해결되는 것보다. 드래곤랜스같은 이야기- 라고 했지만 나는 그걸 모르니까 패스.

후배 지혜(pena9) 군은, "될 놈이 되는 게 좋아요." 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귀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에서 고생하다가 힘든 고난을 겪어서 정당히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이야기가 좋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양자를 놓고 비교하자면 나는 지혜군의 의견쪽에 동의하는 편이다. 주인공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침내 얻는 마지막의 결론은 가능하면 그 자가 반드시 올라야 했을 정당한 자리였으면 한다.

그렇지만 비천한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사실은 아주 고귀한 사람이었다는 류의 이야기를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류로, 신데렐라 같은 것 말이다. 타의에 의해, 기연에 의해, 남들이 우러러보는 선망의 지위에 오르는 것은- 역시 취향이 아니다.

나는 가능하면, 싸워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거칠고 메마른 세계에서, 힘든 일들을 모두 겪고 이겨내서, 마침내 조용한 풍경을 맞이해주기를. 그리고 그 풍경이야말로 그 주인공이 당연히 있어야 할 귀결이었기를. 그 자리에 그 인물이 충분히 어울리는 사람이기를.
2003/03/08 17:07 2003/03/08 17:07
2003/02/28 19:19 | 교단일기
똑같은 분량의 일을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 1명과 마음이 맞는 사람 넷이 나누어서 하는 것과
마음이 맞는 사람 넷이서만 나누어서 하는 것 중에
어느쪽이 더 효율적일까?




후자를 선택했다.
내가 해야 하는 일도, 나 외의 사람들이 해야 할 일도
모두 다 늘어났지만
제대로 한 선택이었기를 바란다.
나와, 다른 세 명이 모두 동의한 결정인만큼.
2003/02/28 19:19 2003/02/2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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