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小川洋子[ブラフマンの埋葬]

오가와 요코의 2004년작으로 동년 이즈미쿄카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임신 카렌다'와 비교하자면 전자에 가까운, 치유계 소설이다. 예술가들이면 누구든 살 수 있는 '예술가의 집'의 관리자인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기묘하고 사랑스러운 어린 동물이 찾아온다. 강아지 같기도 하지만 물갈퀴가 달려 있고 헤엄치는 것 잠수하는 것을 좋아하며 해바라기 씨를 오독오독 까먹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에게, '나'는 비석조각가에게 이름을 지어 달라 부탁한다. 비석조각가는 자신이 조각하던 많은 비석 중에서 적당한 이름을 고르라고 한다.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다는 이유로 '나'는 '브라흐만' 이라는 이름을 고른다.
이 책에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호른 연주가" "비석조각가" "레이스 편직 장인" 등으로, 그 외의 인물들도 "나" "아가씨" 등의 보통명사가 고유명사 대신 사용된다. 이 세계에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브라흐만' 뿐이다. 브라흐만이 '나'에게 와서, 그리고 마지막을 맞을 때까지의 잔잔한 이야기. 제목에서 브라흐만이 결국 마지막을 맞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엔 이게 끝이란 말인가 싶어 아득해졌다. 오가와 요코의 유려한 문체, 감수성, 사물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살아있는 글이다.
2. 온다 리쿠[구형의 계절: 球形の季節]

온다 리쿠의 1994년작으로 번역본은 2007년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도호쿠의 시골마을 '야츠'의 4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온다 리쿠 특유의 감수성이 살아난 소설이다. 번역판 표지가 주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저 상쾌하고 명랑한 표지라니... 주인공들이 들고 있는 건 별사탕인 것 같다. 글에서 별사탕은 상당히 자주 등장하는 소품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별사탕이라기보단 풍선이나 인형류로 보인단 말이지. 왼쪽의 조금 암울한 분위기가 글의 분위기와는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번역판으로 읽었고, 번역 자체에 불만은 별로 없었다. 온다 리쿠의 글 중에는 비교적 초기작(아마도 2번째 글이었던가)이어서 그런지 약간 서두른 느낌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학원제국시리즈의 '너무나 소녀적이고 너무나 이상주의적인 환상성'이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환상과 현실 사이를 줄타기하는 환상성'이 보여서 개인적으로는 이 글이 꽤 마음에 들었다. 고등학생들 특유의 집단의식도 잘 살아났고.
3. 정유정 [내 심장을 쏴라]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산 속의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초반은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술술 넘어간다.
주인공급의 인물이 둘 등장하는데 두 인물의 과거가 후반부(한 사람은 거의 결말부)가 되어서야 나타난다. 한 인물은 예상 범위 안이었지만 한 인물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문장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인물이 생생히 살아있어서 좋았다. 주인공과 준 주인공 외에도 그들과 같은 방을 쓰는 나머지 두 인물이나 그 외에 자주 등장하는 조연들까지 저 인물들도 자신들의 세계와 이야기를 갖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개성이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정신병 관련 약물과 치료법, 정신병의 증상 외에도 의학적 조사가 필요할 내용들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 작가가 상당히 공들여 조사하고 쓴 글이라는 뜻이겠다. 글은 쉽게 쓰는 게 아니라고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하루에 한 시간 반, 그것만 자유시간이 있으면 매일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일본어 책은 세시간 정도 걸리는 듯) 그런데 그 한 시간 반이 여태까지는 없었다. 준비하고 있는 일도 있고 일 관계로도 바쁘긴 여전하지만 수업 부담이 조금 줄어들어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
그래도 정말 요즘 운이 안 따라준다고 할까, 일이 꼬인다고 할까, 계속 짜증나는 일이 생겨나는 게 묘하다. 아파서 골골거리는 건 둘째치고,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만한 일이 왔다 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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