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스티븐 킹의 사계 봄, 여름

스티븐 킹의 스토리텔링이야 늘 잘 아는 바인 데다가, 쇼생크 탈출은 영화로 먼저 봤기 때문에 쉽게 읽힐 줄 알았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고 해서 또 빨리 읽히는 건 아니다. 쇼생크 탈출과 함께 실린 [우등생]이 예상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엄청 꼼꼼하게 읽었다. 일찍 사 놓은 책을 미뤄서 읽는 건 늘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이 작품도 영화가 되어 있다니 찾아서 봐야겠다. 자신의 어두운 욕망에 빠져 몰락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소름끼치도록 흥미롭지만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들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유 - 미야베 미유키

일가족 살인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평 대로 일본의 모든 문제점이 다 들어있는 것 같은 소설이다.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타인을 믿지 못하면서도 타인에게 무방비하고... 가족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라는 허상. 이 작가의 글은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에게는 가족과 사회라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7년 후 - 기욤 뮈소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결혼했다가 그 차이 때문에 헤어지고 두 아이를 한 명씩 맡아 기르고, 그 중의 한 아이가 부모의 재결합을 위해서 위험한 이벤트를 벌이고. 굉장히 서양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전혀 닮지 않은데다가 서로 별로 변한 것도 없는 두 사람이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 다시 아이를 가진다는 게 이상한 건 나 뿐인가?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 당신이 믿는 역사와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들

이런 책은 모 아니면 도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손이 가게 되는데... 이번은 도까지도 아니고 모도 아닌 듯. 어쨌든 내가 몰랐던 이야기들을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긴 하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첨성대 이야기. 낮에 별을 관측하기 위한 도구라는 설이 상당히 흥미롭다. 물리학 이야기는 조금 어려웠고 정확히 이해한 게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는 도서관에서가 아니면 이런 책은 사지 않기.

달궁 (박달막 이야기) - 서정인

따옴표도 없고 문단의 구분도 없는, 그저 작은 소제목과 거기 딸린 긴 한 문단으로 된 엽편으로 이어진 소설. 작가의 나이를 계속 확인하게 될 정도로 문장이 아름답다. 1980년대부터의 글이라니 내 취향이 촌스러운 걸수도 있겠다. 한 여자의 기구한 인생과 그 주변의 삶들이 너무나 담담하게 이어지는데 끝까지 가더라도 결론은 나지 않는다. 아. 시작에 이미 결론은 나와 있지만 왜 그렇게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긴 그게 삶이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2017/04/26 15:30 2017/04/26 15:30

너무 시끄러운 고독

폐지를 압착하는 사람. 35년간 책 속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책의 천국에 있었던 사람. 누구보다 책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산업화와 새로운 신기술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잃고 결국은 책과 함께 종말을 맞는 것을 택하는 주인공이 마치 '독 만드는 노인' 같다고 생각했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문체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제목과 정말로 잘 어울린다. 철저하게 혼자였으면서 누구보다도 수많은 목소리에 파묻혀 있었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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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강철의 숲

조율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읽고 나서는 일본이어서 칭송을 받은 글이구나 생각도 들었다. 물론 매우 내 취향이고 아름답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서 무언가의 경지를 추구하는 사람의 인생이란 옆에서 보기에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스스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길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기도 하다. 피아노의, 소리의, 음악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손에 닿을 듯 생생하게 그려져서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2017/04/06 11:51 2017/04/0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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